파묵 “터키가 아르메니아人학살”… 법정으로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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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 씨, 이스라엘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씨. 사회참여적 지성으로 알려져 온 두 예술가가 ‘반(反)국가’ 혐의로 곤경에 처했다.

파묵 씨는 지난주 ‘국가 정체성 부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12월 16일 재판정에 서게 됐다. 그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3년형을 받게 된다.

그는 2월 한 스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0만여 명의 아르메니아인과 3만 명의 쿠르드인이 터키인에게 살해당했는데도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다”고 규탄한 뒤 우익의 살해 위협을 받아 왔다. 터키는 1915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파묵 씨는 ‘내 이름은 빨강’ 등의 소설에서 현대 터키 사회의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한국에도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장편 ‘눈’은 뉴욕타임스가 뽑은 ‘2004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렌보임 씨는 2일 집권 리쿠드당 소속의 리모르 리브나트(여) 교육장관으로부터 “진짜 반유대주의자이며 유대인 증오자”라는 공개 비난을 받았다.

그가 유대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반유대주의’ 혐의를 뒤집어쓴 것은 최근 이스라엘 군 방송 여기자의 방문을 받은 뒤 “군복 입은 기자와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기 때문. 민족 간 화합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찾아온 이 기자는 “그가 소리를 지르며 견장을 잡아 뜯으려 했다”고 말했다.

바렌보임 씨는 팔레스타인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 씨와 함께 1998년 아랍과 이스라엘인으로 구성된 ‘서동시집(西東詩集·괴테가 민족 간 화합을 역설한 시집 이름)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공연을 열어 왔으며, 2001년에는 ‘나치 문화의 상징’으로 이스라엘에서 금기시돼 온 바그너의 작품을 기습 연주하기도 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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