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문열린 뉴올리언스 통장 보석 등 챙기러 집으로…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잠겼던 뉴올리언스의 문이 5일 다시 열렸다.

미국 정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수중도시가 된 뉴올리언스의 일부 지역에 물이 빠지자 시민들의 도시 복귀를 허가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이 ‘도시 포기’를 선언한 지 나흘 만이다.

“길어야 이틀”이라며 몸만 빠져나온 시민들에게 기초생활이 가능하도록 통장, 서류, 옷가지 등을 챙길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복귀가 허가된 기간도 5∼7일 뿐이다.

도시 진입이 처음 허가된 이날 오전 6시.

동틀 무렵부터 잃어버린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는 차량 수천 대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 km의 구간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현지 방송은 “극심한 체증을 예상한 일부 시민들은 0시부터 미리 차를 고속도로 진입로에 주차해 놓고 기다렸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운전자가 출입허가구역 거주자인지를 일일이 확인했다.

한인교포 권오수 씨는 일주일 만에 집을 둘러보기 위해 이날 오전 5시 반 한인교회로 모여든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권 씨는 여권, 가게 계약서, 현금, 보석, 개인수표 등 집에 돌아가면 챙겨야 할 목록을 마음속으로 거듭 챙겼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전기, 물, 가스 공급이 끊긴 만큼 집에 남아 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도시의 서부는 집으로 돌아온 시민들로 일시적이나마 활기를 되찾았지만 대표적인 관광지인 프렌치쿼터와 도심에는 장갑차 서너 대와 중무장한 주 방위군 10여 명이 배치돼 있었다.

CNN방송은 “도심은 걸어 다니기마저 제한된 곳이지만 치안 질서 유지를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고 보도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도심과 동부지역은 무릎에서 허리춤까지 차 오른 물 때문에 여전히 출입이 제한됐다.

한인 세탁소에서 일하는 강학용(43·여) 씨는 4일 외신 기자와 동행하면서 도시 변두리에 있는 자택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예상 밖으로 그의 집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4일 오후 프렌치쿼터에서 만난 그는 “나는 피해를 면했지만 한인 경제가 망가지면서 살아갈 길이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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