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원참사]수니파 소행 밝혀지면 종족전쟁 가능성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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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분열을 노리는 세력의 의도적인 소행일까, 아니면 단순한 테러 소문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참사일까. 사망자 965명, 부상자 465명으로 잠정 집계된 지난달 31일 바그다드 ‘이맘 무사 알 카딤’ 사원 인근의 ‘아이마 다리 참사’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아파 순례자들을 노린 수니파 저항세력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이라크는 자칫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총선(1월 30일) 이후 집권세력으로 부상한 시아파의 수니파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수니파에 기반을 둔 사담 후세인 정권이 1991년 걸프전 이후 시아파를 무참히 학살한 데 이어 2003년 5월 이라크전쟁 종료 이후에도 수니파 저항세력의 계속된 테러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수니파다” “아니다”=이라크 경찰은 참사가 발생한 직후 자살테러 소문을 퍼뜨린 범인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고 미국 CNN 방송이 1일 보도했다.

바얀 자보르 내무장관은 이날 “테러범이 다른 사람을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폭탄 벨트를 갖고 있다’고 소리쳤고 이것이 화근이 돼 참사가 빚어졌다”고 밝혔다. 수니파 저항세력의 소행으로 의심한다는 얘기다. 시아파와 손잡은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등 쿠르드족도 이번 참사의 원인이 수니파 세력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수니파 출신인 사둔 알 둘라이미 국방장관은 “이번 참사가 종파 갈등과 관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외신들도 엇갈려=로이터통신은 시아파 성직자 이맘 무사 알 카딤이 799년 바그다드를 건설한 수니파 지배자 하룬 알 라시드에게 살해돼 아이마 다리 아래로 던져졌다고 소개하면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수니파에 의한 고의적 테러 소문으로 아이마 다리가 다시 시아파 순례자들의 피로 물들었다는 뜻이다.

알 자지라 방송도 이라크 당국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를 분열시키기 위한 사담 후세인 추종 세력과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조직’의 합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수니파가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주도한 헌법 초안을 반대하며 내전을 경고한 사실도 함께 보도했다.

하지만 영국 BBC 방송은 중동 전문가 로저 하디 씨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인 메카에서 성지순례(하지) 과정 중 자주 발생하는 것 같은 우발적인 사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아이마 다리를 건너는 순례자들이 참사 발생 3시간 전 알 카딤 사원을 목표로 한 박격포 공격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이미 초긴장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국, 이란 등 세계 각국 정부는 성명과 전문을 통해 이라크 정부에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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