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대형 참사]“자살폭탄이다” 혼비백산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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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최소 840여 명에서 최대 1000여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형 참사는 ‘과연 테러의 끝이 어디일까’라는 물음조차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어린이, 여성, 그리고 노인들이었다.

이날 전국에서 모여든 시아파 신도 약 100만 명이 시아파 성인으로 추앙받는 ‘7대 이맘’ 무사 알 카딤을 추모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바그다드에서 순례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50도가 넘는 폭염 속에 바그다드 거리마다 ‘이맘 무사 알 카딤 사원’을 찾는 순례자들이 넘쳐났다. 자원봉사자들은 사원으로 가는 길목의 사둔 거리에 대형 텐트를 치고 지방에서 올라온 신도들에게 물과 주스,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알 카딤 사원의 시아파 신도들에게 박격포탄이 날아든 것은 이날 오전 8시 15분경(현지 시간). 평화롭던 사원 단지 구내에 포탄 4발이 떨어졌고 이 중 3발이 터졌다. 사원은 피로 물들었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최소 7명이 죽고 36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박격포탄 공격이 있었지만 순례자들은 알 카딤 사원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티그리스 강을 가로지르는 아이마 다리 위에도 시아파 신도들이 가득했다.

오전 11시 반경 수만 명의 순례자가 다리 위를 빽빽하게 메운 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박격포탄 공격이 발생한 지 3시간가량 지났을 무렵이다. 누군가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 가운데 자살 폭탄 테러범이 있다!”

비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순례자들 사이에 퍼졌다.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불과 3시간 전에 박격포탄 공격이 있었고, 지난해 3월에도 이곳과 카르발라에서 무사 알 카딤 참배객을 목표로 한 자살 폭탄 테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두 곳에서 최소 181명이 사망했다.

혼비백산한 순례자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리의 4분의 1쯤 되는 지점에 바리케이드가 가로막고 있었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다시피 하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서로 숨어들지 못하도록 몇 개월 전에 설치한 장벽이었다.

바리케이드는 혼란을 가중시켰다. 일종의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뒤에서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바리케이드에 걸린 사람들이 넘어져 깔리기 시작했다. 밀리고 밀린 사람들은 30m 아래 티그리스 강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폭탄 테러’를 피하려고 무작정 강에 뛰어드는 신도들도 있었다. 이때부터 서로 뒤엉켜 넘어지면서 압사와 익사, 질식사로 다리 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부분 부녀자와 노인들이었다.

가까스로 살아난 파델 알리(28) 씨는 “군중 가운데 자살 폭탄 테러범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며 “나는 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들어 헤엄쳐 나왔는데 뒤를 돌아보니 강으로 떨어지는 여자와 아이가 수없이 많았다”고 말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강둑으로 몰려갔다. 수백 명의 남성 신도들은 시신을 건지기 위해 흙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생존자들은 앰뷸런스나 개인 승용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에 빠져 익사한 사람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참사 이후에도 수만 명의 순례자는 무사 알 카딤에 대한 참배 행렬을 멈추지 않았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자신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종교의식을 계속하면서…. 아이마 다리에는 순례자 대신 이들이 벗어 던진 수백 켤레의 신발만 나뒹굴고 있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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