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대사, 유엔 사무총장 도전 공식화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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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주미대사
홍석현 주미대사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가 13일 유엔 사무총장 도전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섰지만 그의 출마, 그리고 당선까진 넘어야 할 산이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정부 내에선 홍 대사의 ‘개인적 포부’로 치부하는 분위기이고, 일각에선 “6자회담이라는 중대사를 앞둔 시점에서 많은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적 야망 실현?=홍 대사는 주미대사 부임 당시부터 “정부가 도와준다면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고 싶다”며 정부 최고위선의 언질이 있었음을 시사해 왔다. 홍 대사는 13일에도 “정부 동의가 내려진 뒤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4일 “개인적 포부야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원칙론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사무총장 진출 문제를 검토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자는 것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선 아직 사무총장 후보를 내느냐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유엔 역학관계와 ‘한국인 사무총장’=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 180여 회원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공평무사하게 풀어내야 하는 고난도 외교력이 요구되는 유엔 외교의 사령탑. 그러나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고, 역대 사무총장 가운데 미국이나 러시아의 동맹국 출신이 된 적이 없다. 안전보장이사회는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지만, 실질적으론 5개 상임이사국의 합의가 결정적인 관건이다. 그런데 ‘빅 5’ 중 한 나라와 밀착된 동맹국 후보를 밀어주겠느냐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그건 ‘통념’일 뿐 결국에는 미국의 의중에 달려 있다는 견해다. 한 정부 당국자는 14일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사무총장 선거의 막전막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며 동맹국 후보의 이점을 설명했다.

▽홍 대사의 약점=홍 대사의 경력은 어느 누구에게도 빠지는 수준은 아니다. 최근까지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을 지내며 주요국 언론 발행인들과 교분을 나눴고,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내는 등의 국제무대 경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주로 비(非)외교 분야에 집중돼 있어 주요국 외교관의 표를 모으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1999년 보광그룹 탈세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한 전직 외교관은 “탈세를 극도로 죄악시하는 서구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본격 선거전에서 상대후보가 이를 공격하면 방어논리 제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차기 유엔 사무총장 누가 나서나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은 지역별로 돌아가는 유엔 관례상 아시아나 동유럽 출신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아시아권은 1960년대 미얀마 출신의 우 탄트 전 총장 외엔 배출한 적이 없어 “이번엔 아시아 몫”이라며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태국 부총리와 스리랑카 출신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이 출마 의사를 보였다. 특히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들은 최근 사티아라타이 부총리를 단일후보로 내세우기로 했다.

일본도 한때 후보를 낼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으나,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어 “우리는 사무총장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강대국은 보통 사무총장 후보를 내지 않는다.

아직 한 번도 사무총장을 낸 적이 없는 동유럽 역시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등이 거론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미국 대선 와중에 유엔 사무총장의 꿈을 내비쳤으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를 밀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꿈을 접었다.

후임 사무총장 선거전은 통상 임기만료 6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더 많은 후보들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역사적으로 일찍 등장한 후보가 최종 선출되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에선 홍석현 주미대사 외에도 김학수(金學洙) 유엔 사무차장 겸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사무총장, 이종욱(李鍾郁)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한승주(韓昇洲) 전 주미대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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