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이냐, 당대 작가집단의 합작품이냐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셰익스피어냐 다른 사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이 과연 진짜 윌리엄 셰익스피어(사진)의 작품들이냐는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해묵은 논란이 최근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의 현직 예술감독과 차기 감독 내정자 간의 ‘전쟁’으로 번졌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일 전했다.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의 전신(前身)은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 영국의 최대 극장이던 글로브 극장. 셰익스피어는 이 극장의 주주이기도 했다.

올해 말 물러나는 마크 릴랜스 예술감독은 평소 셰익스피어가 ‘진짜 저자’라는 것을 의심해 온 인물. 그는 최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당대의 지식인이던 프랜시스 베이컨이 이끌던 작가 집단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출생지인 스트랫퍼드의 연기자인 동시에 글로브 극장의 주주였기 때문에 작품의 창작에 관여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그러나 그가 희곡을 쓸 능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기 예술감독 내정자인 도미니크 드롬굴 씨는 “사람들은 셰익스피어가 노동자 계급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위 논란을 ‘계급전쟁(Class War)’으로 몰아붙였다. 위대한 작품들이 ‘일자 무식쟁이’ 아버지를 둔 셰익스피어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속물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원래 이 같은 논란은 1920년대 옥스퍼드 문인들의 논문에 “17세기에 살았던 에드워드 드 베르 백작의 글이 셰익스피어 작품과 유사하다”는 내용이 실린 뒤 일기 시작했다. 그 뒤 논란은 논란을 낳았고, 심지어 셰익스피어가 실존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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