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사히신문 사장 “신문, 21세기에도 여전히 핵심미디어”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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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시민 입장에서 무엇이 이익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하는 하코시마 신이치 아사히신문 사장 겸 일본신문협회 회장.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신문은 시민 입장에서 무엇이 이익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하는 하코시마 신이치 아사히신문 사장 겸 일본신문협회 회장.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의 대표적 정론지인 아사히신문의 하코시마 신이치(箱島信一) 사장이 일본신문협회 회장 자격으로 WAN 서울 총회에 참석 중이다. 서울 출발을 앞둔 27일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에서 만난 하코시마 사장은 “때로 문제를 극단화하는 정부와 달리 신문은 시민 시각에서 무엇이 이익인지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40여 개 신문 통신 방송사를 회원으로 하는 일본신문협회 회장에 연임돼 6월에 2기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5년여 사장 임기를 마치고 6월이면 ‘이사 상담역’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신문협회 일에 주력한다.

―젊은 층의 ‘활자 이탈’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대책은….

“최근 4, 5년 사이에 판매부수가 조금씩 줄고 있다. 인구와 세대 감소, 다른 미디어와의 경쟁 탓도 있다. 예전엔 대중매체가 신문뿐이었으나 지금은 TV 인터넷 휴대전화와 경쟁한다. 신문은 생각하는 힘, 판단하는 힘을 길러 준다. 정보량도 많고 신뢰성도 높다. 21세기에도 핵심 미디어의 지위를 지킬 것이다. 대학생 중에도 지금은 신문을 구독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구독할 것이라고 대답하는 이가 많다. 이런 ‘예비군’을 ‘정규군’으로 만들기 위해선 읽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게 중요하다. 신문협회가 진력하고 있는 ‘신문을 통한 학습(NIE)’ 프로그램에는 전국 400여 개 초중고교, 9400여 명이 참가 중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제 의견을 전하는 데 효과적이란 점이 입증되어 가고 있다. 젊은 층이 신문을 떠나는 게 아니라 신문이 젊은 층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젊은 층의 마음을 잡는 기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간다. 기자들의 판단력을 키워 주는 교육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우수한 대학생들이 아사히를 지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사 후 5년가량 지방총국 2, 3군데에서 근무한다. 사건 행정 스포츠 등 각 분야를 취재하며 균형감각을 키우도록 한다. 그 뒤 희망과 적성에 따라 본사 각 부서에 배치된다. 해외 어학연수, 국내 경제연구소, 사내 연구센터 등에서 전문성을 키운다. 뛰어난 필력의 기자는 60세 정년 뒤에도 활동하게 한다. 후나바시 요이치 칼럼니스트도 그런 경우다. 신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기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계속 회장직을 맡게 된 일본신문협회의 과제와 역할은….

“정부는 말로는 언론 자유가 중요하다면서도 방해물로 여길 때가 많다. 개인정보보호법만 해도 그렇다. 인터넷시대에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수가 많아 보호가 필요하지만 그 법에는 자유로운 취재를 제한하는 요소가 많아 신문협회가 대폭 수정을 요구했고 결국 관철됐다. 인권옹호법안 중에도 취재 제한 조항이 있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경영 판매 세제 문제에 관해서도 언론사 공통의 이해관계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43년간 언론인의 외길을 걸어 왔다. 과거와 지금의 언론 환경을 비교해 보면….

“과거의 독자는 신문에 난 것은 무조건 믿었다. 취재원도 언론을 대접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사건 취재 시에는 용의자의 인권이 거의 무시됐다. 미디어가 다양화된 이제 기자나 신문을 대하는 독자의 눈이 엄격해졌다. 기사뿐 아니라 취재 과정까지 신경을 쓴다. 언론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감각을 가져야 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해야 한다. 기자생활은 힘들어졌지만 그럴수록 기자의 역할은 커졌다.”

―일본 최고 정론지의 길을 지켜 오면서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제2차 세계대전 전 군부의 횡포에 저항하며 반전 평화를 주창했으나 결과적으로 막지 못해 전쟁에 협력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다. 전후에 사장 이하 간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퇴진하며 사고를 통해 독자에게 사과하고 독자 중시 방침을 선언했다. 신문은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아사히는 좌우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그래도 신문은 올바른 것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때 아사히신문과 동아일보는 지면 공동제작 등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위해 애썼다. 최근 역사 마찰 등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은….

“아사히나 동아일보는 각기 지켜야 할 국익 및 민족주의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와 신문은 다르다. 정부는 문제를 극단화한다. 경우에 따라 무력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신문은 시민의 시각에서 무엇이 이익인지 냉정하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편협한 내셔널리즘을 선동해선 안 된다. 지금 한일관계는 조금 이상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한일 교류는 대단하다. 매일 1만 명이 양국을 오가고 일본의 22개 공항이 직항편으로 한국과 이어져 있다. NHK 한국어 교재는 매달 20만 부 이상 팔린다. 정부 간 마찰이 있다고 이를 마치 일상적 한일관계도 그런 것처럼 과장보도하면 안된다. 있는 그대로의 양국 모습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 아사히와 동아일보의 관계는 공동 여론조사, 연수, 독도 관련 등으로 1960년대 이후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긴밀하다.”

―한국 사회에 대한 전망은….

“한국은 군사독재를 종식시킨 뒤 급속히 민주화됐다. 노무현 시대에 접어들며 민주화는 풀뿌리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혼란도 있다. 한국인은 이상을 내걸고 돌진하는 이념형이 많다. 일거에 내달리다 보니 마찰이 생긴다. 일본인은 이념형이 아니다. 한국은 금융위기 때 단기간에 극적인 정책을 실시해 위기를 극복했다. 일본은 연착륙형으로 수술은 가급적 피하고 약으로 치료하려 한다. 한일 양국민은 상대방에게 배워야 할 점이 많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하코시마 신이치(箱島信一) 사장은

△1937년 후쿠오카(福岡) 현 출생

△규슈(九州)대 경제학부 졸업

△1962년 아사히신문 입사

△경제부장, 편집국장, 상무, 전무 역임

△1999년 ∼ 아사히신문 사장

△2003년 ∼ 일본신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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