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개월내 위안화절상” 中에 최후통첩

  • 입력 2005년 5월 18일 19시 04분


‘6개월 내에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라.’(미국 재무부)

‘우리는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원자바오 중국 총리)

미국이 중국에 대해 위안화 가치를 높이라는 압력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 시간) 의회에 제출한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이 유연한 환율제도로 이행할 것인지 또는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될 것인지 하반기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6개월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6개월 시한의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중국은 “환율제도 변경은 나름대로의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버텼다. 중국 상무부는 미 재무부의 경고에 대해 “비합리적”이라고 일축했다.

겉으로 보기엔 정면대결로 치닫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모두 정면대결을 피하고 싶은 정치경제적 이유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미국과 중국의 속사정은 이렇다.

○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여야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620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섬유수입쿼터제까지 폐지돼 대중국 무역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적자가 계속 늘면 물가상승과 금리상승→소비 및 투자 부진→경기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약(弱)달러와 금리인상 정책을 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라는 카드를 이용해 무역적자를 줄여 보자는 것이다.

지난달 14일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은 중국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지난달 초 미 상원은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하지 않는다면 모든 중국 상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법안을 심의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 그래도 정면충돌은 피하고 싶어

그러나 위안화가 절상돼도 미국에는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위안화 절상 압력은 부당하며 오히려 중국경제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처럼 중국이 저성장, 저금리, 저인플레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커진다는 것.

미국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한다. 그런데도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것은 중국 상품 때문에 피해를 본 기업과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을 달래고 의회의 지나친 보호주의 조치를 늦추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중국과 정면대결을 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재무부의 환율정책 보고서는 미 행정부와 중국에 6개월의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 딜레마에 빠진 중국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거부하는 것은 △수출 감소 △금융시스템 불안 △지도부의 리더십 약화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무역흑자 축소와 수출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출이 부진하면 9%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요구에 밀려 위안화를 절상하면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그러나 중국 정부도 경기과열과 물가상승 압력을 막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는 머지않아 점진적인 방법으로 위안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앙대 이종철(李宗哲·경제학부) 교수는 “위안화 환율을 갑자기 큰 폭으로 내리면 금융시장과 기업이 받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중국은 시장에 평가절상 가능성을 꾸준히 내비치면서 서서히 환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중국은 올해 안에 평가절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도 화폐가치를 절상하라는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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