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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5월 14일 0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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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서 소요는 만 하루 만에 진정되고 있지만 15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정권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이번 소요가 일반 시민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에서 ‘무혈 혁명에 의한 정권 교체’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주도=이번 사태가 일어난 동부 안디잔은 시민 대부분이 수니파 이슬람교도로 몇 년 전에도 정부군과 충돌이 있었던 곳. 최근 이슬람 기업인 23명이 헌법 파괴 행위와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고 구금되자 주민들이 11일부터 정치적 자유 보장과 종교 탄압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크라미 이슬람 그룹’이라는 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시위대는 12일 밤 안디잔 감옥을 습격해 총기를 탈취하고 이슬람 지도자들을 탈옥시켰다.
13일 수천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주청사 점거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보안군이 발포해 총격전이 일어나면서 대규모 사상자가 났다.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카리모프 대통령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정부군을 지휘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소요 사태는 더 이상 외부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혁명 기대는 아직 이른 듯=우즈베키스탄은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으나 이번 사태가 혁명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혁명을 주도할 강력한 야당 세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닉슨센터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지노 바란 씨는 “우즈베키스탄보다는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대우협력사 현지임원 “한국인 피해 아직 없어”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의 대우-우즈베키스탄자동차 협력업체 ‘우즈동양’의 김인호(金仁浩·35) 부사장은 13일 밤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정부군이 시위 현장 인근을 완전히 차단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총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기자와의 문답.
―안디잔에 사는 한국인은 안전한가.
“대우-우즈베키스탄자동차 협력업체 직원 5명과 그 가족 7명, 유학생과 사업가 등 총 20명 정도가 산다.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위 현장 접근은 가능한가.
“시위대가 장악 중인 주청사를 정부군이 포위하고 있다. 중심부로 가는 길은 모두 차단됐다.”
―언론 통제를 하고 있다는데….
“유선TV를 통해 러시아방송을 볼 수 있고, BBC 인터넷 사이트도 열어볼 수 있다. 러시아 방송은 ‘안디잔에 있는 러시아 국민의 소재 파악과 신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대사관 쪽에서는 현재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시위가 확산될 것으로 보이나.
“잘 모르겠다. 시 외곽은 조용하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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