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온실가스 거래시장 급성장…이산화탄소 배출권값 폭등

  • 입력 2005년 5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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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쾰른에서는 11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2005 세계 이산화탄소시장 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세계은행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는 51개국에서 131개 기업과 금융기관이 참가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협상을 벌이고 있다. 참가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100% 이상 급증했으며 거래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올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데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서 세계 온실가스 거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세계은행이 11일 밝혔다.

▽매매거래와 프로젝트형 거래 모두 급상승=올 1월 처음 선보인 EU 배출권 거래체제(EU ETS)는 벌써 제자리를 잡은 모습. 세계은행이 이날 발표한 ‘2005 세계 이산화탄소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EU ETS는 출범 4개월 만에 이산화탄소 거래량이 3700만 t에 이르렀다. 올해 4개월 동안의 거래량이 지난해 전체 거래량(1900만 t)의 두 배에 육박한 것.

자연히 거래가격도 뛰어올라 올 초 t당 7∼9유로였던 것이 4월엔 17유로까지 상승했다.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와 비슷한 개념의 EU ETS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받은 EU 역내 정부와 기업들이 거래소에 매매 주문을 냄으로써 서로 배출권을 사고파는 제도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먼저 배출권 거래가 시작됐고 뒤이어 프랑스, 독일, 영국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프로젝트형 거래도 매매거래만큼 인기가 높다. 프로젝트 거래는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청정개발체제’에 의거해 배출량 감축 의무를 가진 나라가 감축 의무가 없는 나라의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해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 실적에 반영하는 제도.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에 따라 지난해 거래된 이산화탄소 규모는 1억700만 t으로 2003년 거래량(7800t)에 비해 38%가 상승했다. 올해 실적은 더욱 늘어나 1∼4월 벌써 4300만 t을 넘어섰다.

▽지역적 불균형과 교토의정서 만료 이후가 문제=올 1∼4월 이산화탄소 배출 거래 실적이 매매 및 프로젝트 거래를 포함해 8000만 t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전체 실적의 65%에까지 이르렀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프랑크 르코크 세계은행 연구원은 “더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12∼18개월 안에 배출 거래시장이 눈부시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거래시장 급팽창에 따른 우려도 많다.

우선 거래가 유럽에 치우친 것이 가장 큰 문제. EU ETS 외에 시카고(미국), 뉴사우스웨일스(호주) 등에서 매매거래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거래량은 미미하다. 프로젝트 거래 역시 유럽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어 전체 거래량의 60%를 유럽 정부와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2012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된다는 점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 거래의 경우 2006, 2007년이 지나면 교토의정서가 만료될 것을 우려해 거래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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