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高복지 低성장 유럽모델 파산”

  • 입력 2005년 5월 10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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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복지 혜택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높은 세율, 고용 및 해고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기본으로 하는 유럽식 경제모델은 변신에 실패해 이미 그 실효성을 잃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주장했다.

▽화려한 과거와 어두운 현재=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25년 동안 유럽의 경제성장은 ‘기적’에 해당하는 것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특히 패전 후의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빈곤에 시달리던 옛 서독은 이 기간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강력한 지역공동체로 성장한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세계 최대의 경제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EU는 2000년 3월 정상회담을 열고 2010년까지 미국을 추월한다는 야심적인 ‘리스본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을 늘리고 연구개발(R&D) 지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리스본 협약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올해 3월 EU 정상들은 다시 모여 ‘신 리스본 협약’을 체결해야 했다. 전략을 수정해 고용과 성장에 집중한다는 내용이었다.

▽유럽식 모델의 좌초인가?=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럽이 전후의 ‘저(低)실업 고성장’ 시대를 다시 구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광범위한 복지정책과 높은 세율의 현재 구조에서는 근로자들이 일하기보다 실업수당을 받는 편을 택한다는 것이다.

1965년 서유럽에서 정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8%였다. 2002년에 이 비율은 42%로 껑충 뛰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정부 지출은 같은 기간에 25%에서 26%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기간 서유럽의 실업률은 3%에서 거의 9%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식 모델이 파산했는가’라고 묻기보다 ‘유럽식이 경제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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