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全신화 깨진 日本…거짓말이 화 키워

  • 입력 2005년 4월 26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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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兵庫) 현에서 25일 아침 발생한 열차 탈선 전복 사고로 숨진 사람은 76명, 부상자는 441명으로 집계됐다. 160명이 숨진 1962년 도쿄(東京) 시내 미카와시마(三河島) 사고 이후 43년 만의 대형 철도 사고이자 1987년 국철 민영화 이후 최악의 참사였다.

▽‘안전 신화’의 붕괴=국토교통성은 사고 열차에서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차량 모니터를 회수해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러나 선진국이란 자부심이 컸던 일본 사회는 ‘철도의 안전 신화가 무너졌다’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사설을 통해 “일본 철도는 시간이 정확하고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면서 “다각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전력을 다하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참사를 낸 JR히가시니혼의 가키우치 다케시(垣內剛) 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사고 수습이 일단락된 뒤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위 보고=사고 열차 기관사는 직전 역에서 정차지점을 8m나 지나쳐 후진을 하는 바람에 출발시각이 늦어져 과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기관사는 정차지점을 40m나 지나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정상운행시각표보다 1분 30초나 출발이 지체되자 문책을 두려워한 기관사 2명은 통신지령실에 거리를 축소해 허위보고한 뒤 과속운전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현장 구간은 JR 외에도 3개 민간 철도회사가 함께 사용해 연착 부담이 큰 곳이다. 세계 제1의 ‘정시운행’을 자랑해 온 JR는 각 역의 발차시간을 15초 단위로 정해 타사와 치열한 승객 수송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사고 기관사는 23세로 운전경력이 11개월에 지나지 않으며 지난해 6월에도 역을 지나쳐 경고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 논란=사고가 난 커브 구간의 제한속도는 시속 70km, 사고 지점 직전의 직선구간은 제한속도가 120km였다. 커브 구간 길이와 회전반경을 고려할 때 시속 133km 이상으로 달리면 탈선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사고 열차는 과속으로 달리다 감속했지만 이미 때가 늦어 탈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운행 경험이 많은 기관사들은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제한속도를 60km 이상 초과해 달릴 수는 없다”고 말해 기계 고장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운행 속도 증가와 전력 사용 및 관리비 절감을 위해 차체를 철강재에서 강도가 약한 스테인리스로 대체한 점도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사고 차량 한 량 무게는 30t으로 구형보다 20% 가볍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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