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명 vs 30만명…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사건 90주기

  • 입력 2005년 4월 2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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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아르메니아 사이의 ‘역사 바로 세우기’ 논쟁이 유럽 국가들의 관심 속에 뜨거운 쟁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1915∼17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가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는 논쟁이다. 아르메니아는 당시 사건을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하면서 터키 정부에 이를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측 집계에 따르면 당시 숨진 아르메니아인은 150만 명.

그러나 터키는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양국의 충돌로 아르메니아인 30만 명, 터키인 수천 명이 숨진 사건일 뿐”이라며 ‘집단학살’이라는 용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논쟁이 다시 부각된 것은 24일이 아르메니아 사태 90주기였기 때문. 이날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열린 추모 미사를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추모식이 거행됐고, 아르메니아인들은 각국에서 터키 정부를 겨냥한 시위를 벌였다.

이 논쟁은 올해 말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시작하는 터키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주 폴란드가 당시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한 것을 포함해 프랑스 그리스 등 15개국이 아르메니아와 같은 입장이기 때문. 독일 의회도 지난 주말 “당시 자행된 대량학살을 터키 역사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EU 가입 협상에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변국의 압력이 계속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최근 아르메니아와 터키가 공동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당시 사건을 재조사하자고 제안했다.

‘집단학살’은 특정 국가나 종족 또는 종교 집단을 전멸시킬 목적으로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는 이를 정식 범죄로 규정하는 협약을 채택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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