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부는 中國주의보…中위협은 엄연한 현실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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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중국 경계신호’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와는 사뭇 다른 기류다.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내정자는 12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정보 당국이 장기적으로 가장 중시해야 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우리 자손들은 중국이 매우 강력한 국가가 돼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해 말부터 제기돼 온 중국경계론의 또 다른 표현으로, 중국을 점점 부담스러운 경쟁자로 보는 부시 행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 후보 캠프는 2000년 대선 당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가 정권 획득 이후에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라고 말해 왔다.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의 중국주의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포터 고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16일 상원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아시아 주둔 미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달 21일 일본 조치(上智)대 강연 때 “중국의 부상은 국제정치에 있어 확실히 새로운 변수”라고 말한 바 있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가 12일 중국 내 반일 시위 격화에 대해 “외국(일본) 공관이 공격받는 폭력화는 자제돼야 한다”며 중국 정부의 책임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워싱턴은 중국의 부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11일 중국과 인도가 50년 구원(舊怨)을 털고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간다는 ‘친디아(China+India) 선언’에 합의하자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중국이 작지만 강한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980년대 말 이후 국방예산을 매년 10% 이상씩 늘려 왔다. 공식적인 국방예산은 약 300억 달러(미국은 약 4000억 달러)이지만 다른 부처 항목에 숨겨진 무기구매 및 연구개발 예산이 적지 않은 만큼 실제 예산 규모는 2, 3배 수준일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미군 고위관계자와 외교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군 현대화 계획 중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목표 달성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조만간 미국에 대해 보다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과 측근들, 그리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장관, 고스 국장이 최근 몇 주 사이 중국의 군 현대화 계획이 지역 안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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