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지구 온난화 영향 매년 10~15m 없어져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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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로 히말라야 빙하가 매우 빠르게 녹고 있어 네팔 인도 중국 등 역내 국가에 환경 및 경제적 재앙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히말라야는 남북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양의 빙하가 형성된 곳으로 갠지스 강, 양쯔(揚子) 강, 황허(黃河) 등 아시아 7대 강의 발원지. 히말라야 빙하는 이들 강의 수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시아의 거대한 저수지’로 불려 왔다.

▽사라지는 빙하=WWF 보고서에 따르면 히말라야 빙하는 최근 그 길이가 매년 10∼15m씩 축소되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들 가운데 67%에서 이런 현상이 관측됐다.

특히 1953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의 등정로였던 쿰부 빙하는 당시보다 5km 이상 길이가 줄어드는 등 주요 빙하에서 이와 유사한 불길한 현상이 관측됐다. WWF는 히말라야 빙하가 향후 40년 안에 소멸할 것으로 내다봤다.

빙하 소멸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 특히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반구 중위도(북위 20∼50도)의 연평균 기온이 0.6도 올랐으나 히말라야 지역은 1도 안팎이나 상승해 온난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978년과 1989, 1996년에 각각 촬영된 네팔의 쇼롱히말 지역의 빙하. 1978년 이후 빙하 지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진 제공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WWF는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당장은 수량 증가로 홍수와 산사태 등을 불러오다 수십 년 안에 빙하가 다 녹으면 만성적인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예로 빙하 소멸 이후 인도 갠지스 강의 수량은 우기(雨期)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이 강 유역에 사는 5억 인구와 인도 관개농업지의 37%에 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히말라야 빙하를 수원으로 삼고 있는 인도의 인더스 강, 브라마푸트라 강, 중국의 양쯔 강과 황허, 인도차이나 반도의 살윈 강과 메콩 강 유역에 거주하는 수십억 명 역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며 수력발전, 관개농업 등 산업면에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WWF는 예측했다.

또 빙하가 사라진 계곡에 형성되는 거대한 호수들이 수시로 터져 협곡의 마을을 휩쓸고 많은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점증하고 있다고 WWF는 분석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1935년 이후 네팔 쪽에서만 16차례 이상 발생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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