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 배아에 인권을”

  • 입력 2005년 2월 1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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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수정으로 탄생한 배아(胚芽)도 인권이 있을까.

내털리 에번스라는 미혼 영국 여성이 최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인권법원에 배아의 인권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에번스 씨가 소송을 제기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녀는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난소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에번스 씨와 약혼자는 체외수정을 통해 6개의 배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배아를 병원에 냉동 보관한 뒤 결혼을 기다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파혼으로 문제가 생겼다. 파혼 뒤 약혼자가 배아의 사용을 허락하지 않은 것. 영국 법에 따르면 남녀 양측이 모두 동의해야 배아를 임신에 사용할 수 있다. 에번스 씨는 영국 최고법원까지 가며 소송을 벌였지만 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유럽인권법원에까지 호소하게 된 것.

이번 소송의 핵심은 “배아도 인권을 갖는다”는 에번스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 여부. 판결에 따라 인간의 생명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인정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생기게 되므로 유럽의 법조계와 의료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에번스 씨로선 체외수정 이후 난소를 제거하는 바람에 자연 임신이 불가능해져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소송에 임하고 있다. 배아를 사용하는 것만이 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배아는 내년 10월까지만 보관되도록 계약이 돼 있어서 에번스 씨는 법원이 빨리 결론을 내주길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소송이어서 이 기간 중 판결이 내려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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