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이란식 신정국가로 가나

  • 입력 2005년 2월 10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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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이라크 시아파의 종교지도자들이 신정(神政)국가 수립을 잇따라 주장해 정국의 새 불씨가 되고 있다. 코란에 바탕을 둔 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서구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던 미국의 전략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다.

▽코란에 기초한 헌법 추구=시아파 최고 성직자(마자르) 5명으로 구성된 '마자르 알 타클리드'의 한 명인 모하마드 이샤크 알 파예드는 6일 성명을 통해 "이라크의 모든 마자르와 울레마(성직자)와 국민 대다수는 이슬람을 거스르는 어떤 법도 반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제정된 임시헌법의 기본 정신을 뒤엎는 것. 임시헌법은 이슬람을 헌법제정의 '하나의 근거'로 삼기는 했으나 헌법의 기본틀은 '서구식 민주주의'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가 파예드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신정정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시스타니는 이날 지지성명에서 "정부 구성과 헌법 제정은 이슬람 경전 '코란'에 기초해야 한다"며 "우리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에 반대하며 어떤 타협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도 이란식 신정국가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 후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시되는 시아파 최대 정당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압둘 알 하킴 의장은 후세인 시절 이란의 보호를 받아 이란식 신정정치에 호의적이다. 또 시아파 강경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드러내놓고 이란식 신정국가 도입을 주장해왔다.

▽신정국가는 안돼=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의 신정 체제 추진에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6일 "이라크가 소수의 신학자가 나라를 지배하는 이란 모델의 체제를 추구한다면 이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딕 체니 부통령도 같은 날 "이라크 국민은 인권의 관점에서 이란의 신정체제가 크게 실패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미국이 그런 문제(이라크의 신정체제)에 걱정하거나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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