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국정연설 현장]감동의 ‘평화 이벤트’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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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일 하원 본회의장에서 가진 국정 연설은 하나의 거대한 이벤트 행사였다. 백악관이 선발해 특별초청장을 받은 30여 명은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과 관련된 사람들.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귀빈석에 앉은 이들은 부시 대통령의 언급이 나올 때마다 TV 카메라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때 로라 여사의 옆자리에 앉은 사피아 탈레브 수하일 여사는 보라색 잉크가 묻은 검지를 높이 치켜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최고의 초청 스타로 수하일 여사를 꼽았다.

수하일 여사는 수니파 쿠르드 족과 결혼한 시아파. 그의 아버지는 1994년 이라크를 떠나 숨어 지내던 베이루트의 집 현관에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정보요원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라크 인권부 관리인 남편과 함께 바그다드에 살고 있는 그는 최근 저항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사흘 전 수하일 여사는 드디어 국가 지도자 선출을 위해 한 표를 던졌다”며 “그가 오늘 저녁 우리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수하일 여사는 다시 검지를 흔들며 부시 대통령의 찬사에 호응했다.

수하일 여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검지에 묻은 잉크가 비록 밝게 빛나지는 않지만 앞으로 서너 달 이상 내 손에 묻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미군의 이라크 팔루자 공격 때 사망한 해병대원 바이런 노드 씨의 부모도 귀빈석에 자리를 함께했다. 아들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노드 씨의 아버지 윌리엄 씨와 어머니 재닛 씨는 이라크전을 지지했다.

부시 대통령은 재닛 씨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소개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모든 이들의 용기를 치하했다.

“아들이 지난번 집에 왔을 때 나는 그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그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나를 껴안고 말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당신의 일을 다하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지켜드릴 차례입니다.”

부시 대통령의 말에 장내는 숙연해졌고, 귀빈석 앞자리에 있던 수하일 여사는 뒤로 돌아 눈시울이 뜨거워진 재닛 씨와 포옹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국정연설에서 참석자들은 무려 67차례의 기립 박수를 보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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