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을 다시 보자?…러, 재평가 움직임

  • 입력 2005년 1월 20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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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올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을 맞아 거국적인 기념행사를 준비 중인 러시아에서 당시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스탈린의 지도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레그 톨카초프 상원의원은 19일 “승전기념일인 5월 9일에 맞춰 모스크바에 스탈린 동상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탈린뿐 아니라 당시 연합국 지도자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동상도 함께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민영 인테르팍스 통신은 우크라이나 접경의 벨고로트에도 스탈린 동상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국영방송이 내보낸 2차 세계대전 관련 역사물에서도 스탈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하고 1956년 후계자인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을 비판하는 연설을 한 후 그에 대한 공개적인 찬양은 지금까지 일종의 금기였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스탈린 동상도 모두 철거됐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중공업 우선 정책으로 산업화의 기반을 닦은 공이 있지만 수백 만 명이 희생된 대숙청과 공포정치를 행한 과오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에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의 상징물을 잇달아 부활시키며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를 확산시킨 것이 자연스레 스탈린 재평가로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국가와 붉은 군대 깃발을 복원시켰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보리스 그리즐로프 하원의장은 최근 “스탈린은 비범한 지도자”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물론 스탈린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크다.

보리스 넴초프 우파연합 당수는 “독일에 히틀러 동상을 세우는 것과 같다”면서 “2000만 명을 희생시키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유능한 지도력이냐”고 반발했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31%의 응답자가 스탈린을 잔혹한 독재자라고 답했다. 그러나 21%는 현명한 지도자로 평가해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스탈린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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