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神이 준 선물”…부시 발언 ‘政敎분리’ 위배?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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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린 뒤 성경을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를 묻는다면 예수 그리스도라고 답하겠다.’

USA투데이, 뉴스위크 등 미국 언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신앙심을 이렇게 표현할 만큼 기독교 신앙은 부시 대통령의 일상과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즉석연설이 아닌 준비된 원고를 읽을 때에도 정교(政敎)분리 원칙의 경계를 넘나드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팀장인 마이클 거슨 씨는 7일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신앙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윤리와 공공정책센터’가 주최한 학술회의에 참가해 20여명의 기자에게 ‘비보도’를 전제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거슨 팀장이 나중에 일부 발언의 보도에 동의했다”며 내용을 보도했다.

기자들은 거슨 팀장에게 2001년 9·11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당시 백악관 참모들은 이슬람권의 반발을 의식해 “발언이 잘못됐다”며 진화에 부심했다.

거슨 팀장은 “그 발언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 내용은 사전 원고에는 없던 표현”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즉석 작품’임을 암시했다.

그는 그러나 수사(修辭)의 미학을 이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기독교 관련 발언은 세심한 검토 끝에 마련된 것이며 미국인의 종교적 전통의 테두리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슨 팀장은 “일부의 요구대로 대통령의 연설에서 종교 부분을 걷어내면 무미건조해 정치연설의 수준을 한 단계 떨어뜨릴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2003년 11월 영국 의회연설 때 시인 T S 엘리엇의 시를 빌려다 쓴 것도 ‘기독교적 암시’를 던지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냥 문학작품의 인용 자체로만 이해해 달라. 일반 유권자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은 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자유는 미국만이 받은 선물이 아니라 신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다”는 말은 부시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표현. 거슨 팀장은 “대통령이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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