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성직자 잇단 암살은 美軍-過政 총선 정지작업?”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04분


코멘트
이라크에서 수니파 성직자들이 잇달아 암살되고 있다. 희생자들은 공교롭게도 내년 1월 30일 실시될 이라크 총선 불참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미스터리 암살’의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표적 살해=23일 바그다드 북쪽 무크다디야에서 이슬람학자협회(AMS) 소속 성직자 갈리브 알리 알 주하이리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AMS는 최고 권위를 지닌 수니파 단체로 이달 초 미군의 팔루자 공격에 반발해 총선 불참을 주장했다.

22일에는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AMS의 주요 성직자인 모하메드 아민 알 파이디가 살해됐다.

성직자 피살은 단순한 사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법’보다 ‘신의 율법’을 중시하는 이라크인들은 과도정부 인사들보다 성직자를 더 믿는다.

이 때문에 종족간 세력 다툼이 벌어지면 종종 성직자부터 암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곤 했다.

지난해 8월 말 시아파 최고지도자 중 한 사람인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이 나자프에서 차량폭탄테러로 살해된 것도 종파 갈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 암투 가능성=미군과 이라크 보안군 2만여명이 팔루자 공격을 시작한 7일 이후 성직자 암살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47개 정치 및 종교조직이 팔루자 공격에 항의해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총선 불참 선언 단체는 대부분 수니파 소속이다.

시아파인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18일 “폭력을 선동하는 이슬람 성직자들은 테러에 가담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니파 성직자들을 테러범과 같은 범주로 분류한 것. 이어 19일 바그다드 서북부 아자미야흐 지역의 수니파 사원에 이라크 보안군이 들이닥치며 총격을 가해 최소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사원 외곽은 미군이 포위하고 있었다.

AMS 대변인은 이달 중순 알 하야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이 총선에 부정적인 수니파 성직자들을 조만간 암살할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