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神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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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막판 적진 공략▼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플로리다 주 3개 도시와 오하이오 주 등 최대 접전주 2곳을 누비며 바닥표를 훑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하루는 ‘적진 앞으로’로 요약될 수 있다.

개신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천주교 성당에서 미사를 봤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천주교 신자이지만, 낙태에 찬성하고 배아복제 연구허용을 주장하는 바람에 보수적인 천주교 신자들이 그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틈새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마이애미의 천주교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신앙심은 모범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민주당의 본산격인 마이애미를 방문한 것도 의외다.

그는 거리유세에서 “민주당원 여러분, 혹시 민주당 후보가 너무 진보적이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테러와의 전쟁에 매진하는 나에게 지지를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공화당 지지층인 쿠바 이민자들에게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반드시 물러나게 하겠다”는 ‘즉석 공약’을 내놓았고, 틈틈이 스페인어를 섞어 연설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와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팀도 빼놓을 수 없는 유세메뉴였다.

그는 “수천명을 죽인 테러리스트가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도, 케리 후보는 나약한 노선을 밟아왔다”고 공세를 폈다. 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레드삭스의 투수 커트 실링과 화상대화를 나누었다. 막간을 이용해 NBC 방송과 인터뷰한 것도 케리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케리 바닥표 훑기▼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하이오 뉴햄프셔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3% 선의 부동표 흡수에 전력투구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천주교 성당에서 미사를 봤고,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야구팀인 보스턴 레드삭스 경영진을 만났다.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탓인지 유권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케리 후보는 거리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세 가지 실패를 집중 공격했다.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일자리 만들기에 실패했고, 중산층을 위한 의료보험 개혁도 망쳐놓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도 공격소재로 삼았다. 2001년 말 미군은 아프간 산악지대에서 빈 라덴을 잡을 수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어처구니없이 아프간 군벌세력에게 체포임무를 맡기는 바람에 오늘의 ‘빈 라덴 공포’가 생겼다는 논리였다.

플로리다로 비행하는 시간에는 짬을 내 AP통신과 12분간 인터뷰도 가졌다.

케리 후보는 신속하고 단호한 지도력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당선되면 국가 안보를 위해 신속하게 내각을 구성하는 등 최대한 빨리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의외로 “패배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진솔한 면모를 보였다. “선거에 진다면 ‘맙소사, 내가 졌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봉사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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