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中 국교수립 55주년…‘송유관 갈등’ 풀릴까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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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의 국교수립 55주년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16일 중국을 방문한다. 지난달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의 퇴진으로 명실상부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시대’가 열린 후 첫 정상회담이다.》

▽‘꼬인’ 에너지 문제 어떻게 풀까=당초 16일 국교수립 기념행사 등 축제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려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러시아 에너지를 둘러싼 양국간의 미묘한 갈등 때문이다.

중국에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러시아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최근 중국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 송유관과 가스관을 일본에 유리한 극동 나홋카로 연결키로 결정했다.

중국은 지난달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등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을 달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석유 공급을 2006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쪽으로 송유관 지선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해 중국에 성의를 보일 예정이다. 송유관을 극동 쪽으로 건설한 뒤 다시 중국으로 가는 지선을 연결해 ‘Y자형 노선’을 만들겠다는 것.

▽정치 군사 관계는 순항=양국 정상은 1996년 이후 해마다 번갈아가며 상대국을 방문하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일방적 국제질서에 맞서 ‘다극화’를 한목소리로 외쳐 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라크전과 북한 핵문제 등 대부분의 국제 현안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SCO)를 만드는 등 역내 안보를 위한 다자외교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체첸 사태에 대해서도 중국은 서방보다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하는 편. 중국 역시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협력은 가장 돋보이는 분야. 중국군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대규모로 최신예 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50억달러 규모의 러시아 무기수출 중 중국이 50%를 넘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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