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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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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환호 속에서 화려하게 시작된 21세기는 9·11테러,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 최근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초등학교 인질사태에 이르기까지 각종 테러로 얼룩지고 있다. 테러는 왜 일어나며 어떤 시각에서 이를 바라봐야 할까.
서울대 외교학과 전재성 교수(39), 외교통상부 이백승 안보정책과장(45),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생 이헌미씨(28), 서울 광양고 2학년 이효정양(17)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
● 세계화의 격차가 빚어낸 극단적 정치표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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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최근 들어 지구 곳곳에서 테러가 정말 많이 발생하는데요, 테러는 정확히 무엇이죠?
▽전재성 교수=테러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에게 정치적 의미를 지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테러가 존재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요인을 암살하는 등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적인 형태로 테러가 행해지고 있어요.
▽이백승 과장=예전의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을 알리겠다는, 단순하고 분명한 목적을 가졌습니다. 테러는 일종의 범죄집단이 행한 사건으로 보고 각국 형법에 따라 처벌했어요. 그러나 9·11테러 이후 테러는 더 이상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됐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제 전쟁법에 의해 처벌받습니다. 또 테러리스트들은 소규모 집단이 아니라 알 카에다처럼 전 세계적으로 연계돼 막강한 세력이 됐고, 많은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형태를 띠고 있지요.
▽이효정=테러는 왜 일어나는 건가요?
▽이 과장=테러의 원인은 세계화에 따른 빈곤의 양극화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중동지역은 산유국이지만 경제적으로 뒤떨어져 있죠. 이들 지역의 일부 테러리스트들은 세계화의 선봉에 미국이 있고, 이런 미국을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헌미=테러는 불평등에 대한 항거라고 볼 수 있어요. 미국이 테러를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 테러리스트들은 민족을 지키거나 국가를 건설하는 등의 목적 아래 결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각 국가나 집단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 다릅니다.
● 미국 신보수주의자, 테러리스트의 숙주국가 공격
▽이 과장=국제정치학자들은 9·11테러가 테러의 개념을 바꾸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테러는 한 개인이 국제사회의 행위자로 등장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특정 국가보다 오히려 국제사회에 더 막강한 힘을 휘두르게 만들었어요.
▽전 교수=테러리스트들은 9·11테러에서 최첨단 빌딩을, 현대 문명의 상징인 비행기를 이용해 무너뜨렸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아프가니스탄에 숨어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은 자국 안보를 제대로 운영하기 힘든, 이른바 ‘실패한 국가’에 숨어듭니다. 때문에 미국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 실패한 국가 전체에 대한 대응에 나서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이헌미=하지만 9·11테러 발생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하는 미국을 보며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 굉장히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테러리스트를 광신적인 집단으로 보기보다는 테러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치유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 교수=테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테러의 정치적 원인을 밝히고 이를 근절하는 방법과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겠지요.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을 보면 테러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과장=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리스트를 일종의 ‘바이러스’로 보고 이들이 ‘실패한 국가’를 숙주로 번져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실패한 국가를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 거죠.
● 테러가 빚어낼 국제정세 변화 예측하며 미래상 세워야
▽이효정=그렇다면 테러가 한국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이 과장=김선일씨 피살사건은 물론 알 자와히리의 공격 지시에서 보듯, 한국도 테러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한국 기업은 이제 많은 국가에 진출해 있고 그 과정에서 현지인들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해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이전에는 북한으로부터의 테러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테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전 교수=미국이 대테러전을 수행하면서 한미동맹 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을 하게 됐죠. 더구나 함께 불거진 북핵 문제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집단으로 여기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헌미=하지만 한국이 테러의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닌데 왜 이라크에 파병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듭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라크 파병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과장=자이툰부대가 이라크에 간 것은 반테러전뿐 아니라 이라크의 평화적 재건을 위해서입니다. 테러를 없애려면 근본적으로 그 나라가 안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라크에서 다국적군이 철수하면 이라크는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요. 내전이 확산되고 중동지역이 혼란에 휩싸이면 에너지원의 70% 이상을 중동지역에서 수입하는 한국 경제도 마비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 교수=이제 테러로 인한 국제정세 변화에 맞서 미래를 내다보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테러 국면이 가져온 한미동맹의 변화와 북핵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테러 이해를 돕는 영화와 책▼
●영화
▽피스메이커(감독 미미 레더·1997년)=러시아에서 밀수한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를 폭파하려는 테러리스트들에 맞선 미국 국방부 정보국 요원과 백악관 소속 핵무기 단속반원의 이야기.
▽화씨9/11(감독 마이클 무어·2004년)=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의 관계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5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책
▽21세기 국제테러리즘(이태윤·모시는사람들·2004년)=국제테러리즘의 개념, 현황, 전략을 비롯해 테러정책 등을 학문적으로 분석.
▽제국의 패러독스(조지프 나이·세종연구원·2002년)=9·11테러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미국이 연성권력(soft power)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
▽제국의 선택(즈비그뉴 브레진스키·황금가지·2004년)=테러 및 중동 문제와 함께 광범위한 세계질서의 문제를 다루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이 추구해야 할 전략을 제안.
▽자원의 지배(마이클 클레어·세종연구원·2001년)=중동 문제의 또 하나의 축인 자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향후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가져올 수 있는 국제정치적 문제를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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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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