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킹엄궁에 나타난 ‘배트맨’…“자녀 접근권 보장을” 발코니서 시위

  • 입력 2004년 9월 1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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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버킹엄궁 발코니에 13일 배트맨 복장을 한 부권(父權)옹호단체 운동원이 올라가 5시간 동안 시위를 벌여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버킹엄궁은 여왕의 런던 거주지이기 때문. 마침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스코틀랜드에 머물고 있었지만 관심은 시위의 내용보다는 버킹엄궁의 보안이 어처구니없이 뚫린 데 모아졌다.

부권단체 ‘파더스 포 저스티스(Fathers 4 Justice)’ 소속인 제이슨 해치(32)는 이날 오후 2시경 동료 시위자들이 버킹엄궁 정문 부근에서 소란을 피우며 경찰의 관심을 끄는 사이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해 발코니로 올라갔다. 이혼 후 자녀 접근권이 제한된 그는 ‘자녀를 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며 시위하다 오후 7시15분경 경찰이 준비한 크레인을 타고 내려왔다.

이날 시위를 두고 영국 내무부는 “버킹엄궁의 경보 시설은 시위 당시 제대로 작동했으며 만약 발코니를 기어오른 사람이 시위자가 아니라 테러범이었다면 즉각 사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언론은 허술한 왕실 보안 체계를 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은 보안전문가 마그너스 란스토프의 말을 인용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몰아붙였고 BBC는 “우리가 올라갈 수 있다면 아무나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라는 ‘파더스 포 저스티스’ 운동원의 말을 인용했다.

더 타임스는 지난해 데일리 미러의 기자가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버킹엄궁에 하인으로 위장 취업한 사건과 윌리엄 왕자의 생일 파티장에 오사마 빈 라덴 복장을 한 코미디언이 침입한 사건을 거론하며 영국 왕실 경호 비용이 연간 1억파운드(약 2000억원)에 달한다고 비꼬았다.

영국에서는 5월 역시 ‘파더스 포 저스티스’ 단체 소속원이 의회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를 향해 보라색 분말을 투척해 보안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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