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은 1500명”… 러 학교인질극 돌연 협상중단

  • 입력 2004년 9월 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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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공화국의 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러시아 경찰 및 군과 대치 중인 무장세력은 3일 돌연 협상을 중단한 데 이어 음식을 넣어 주겠다는 제안마저 거부해 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인질 수도 당초 알려진 350여명보다 훨씬 많은 1500여명에 이른다는 석방 시민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인질범들은 체첸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경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혈진압 이루어지나=외신들은 일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경진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는 체첸 등 분리주의 세력 및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 2002년 모스크바 인민궁전 극장의 인질극 때도 러시아 당국은 극장 안으로 독가스를 살포해 129명의 시민이 숨지게 하면서 무력진압으로 해결했다.

로이터통신은 안보분석가의 전망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유혈진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 봤다.

하지만 인질범들이 2일 전격적으로 일부 인질을 석방한 데다 협상의 주역으로 이 지역에서 신망 있는 루슬란 아우셰프 전 잉구슈 대통령이 나서고 있어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 USA 투데이 인터넷판은 “이번 인질사태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이 체첸과 전혀 타협하지 않는 전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2명의 여성 테러리스트가 1일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 학교 복도에서 자폭했다고 전했다.

▽“인질 1500명 가까이 된다”=350여명으로 알려졌던 인질 규모에 대해서도 추측이 엇갈리고 있다.

인질로 잡혔다가 2일 풀려난 잘리나 잔다로바(27·여)는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학교에는 300명이 아닌 1500명의 인질이 있고 그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 살을 맞대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시민들이 ‘푸틴 대통령, 최소한 800명의 인질이 잡혀 있다’고 쓴 종이를 카메라 앞에서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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