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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1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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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바그다드 함락 공격의 선봉에 투입됐다. 그와 동료들이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은 우리가 이곳 언론을 통해 접한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동생을 비롯해 상당수 장병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현장의 처참한 광경을 속속 컴퓨터에 저장했다. 얼마 전 돌아온 동생이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J의 얘기는 계속됐다.
“그 사진들 속에는 사지가 찢겨나간 시신들, 처참하게 희생된 어린이들도 있었다. 동생이 내게 말했다. ‘우리가 왜 여기서,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모른 채 그냥 죽이고 죽어야 했다’고…. 사방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이 ‘적’이라는 공포감에 그들은 시달렸다고 했다. 누구든 그들에게 ‘위협’일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상당수는 그렇게 이성을 잃어갔다….”
J의 동생은 최근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2주간 휴가를 받아 왔지만 예정보다 사흘 앞당겨 기지로 자진 복귀했다. 가족들은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는 “형이나 부모님 때문이 아니다. 총도 없이 밖에 나가는 것이 불안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해칠 것 같아 내 동료들과 함께 있고 싶다”며 묵묵히 짐을 챙겼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6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를 발표하면서 “(해외주둔) 장병들이 본토에서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간을 더 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J의 동생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전쟁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하겠다는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라크 상황이 지금 ‘제2의 베트남’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 자이툰 부대 선발대가 지금 이라크에 가 있다. 한국 장병들도 살아남기 위해 어쩌면 J의 동생처럼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상처를 입히고 또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정부와 사회는 그들이 입을지도 모르는 상처와 후유증을 감싸 안아 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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