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명평론가 “中 고대사연구 자의적으로 조작말라”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57분


코멘트
중국의 유명 문화평론가가 중국 역사학계의 한족(漢族) 중심 역사 연구 경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상하이(上海)의 문화평론가 주다커(朱大可)는 지난달 1일 발간된 시사 격주간지 ‘남풍창(南風窓)’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5년 동안 역사학계는 하(夏)-상(商)-주(周)로 불리는 고대사에 대한 ‘단대공정(斷代工程·시대구분 프로젝트)’을 위해 30개 단체 200여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 말더듬이와 학술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또 “단대공정은 미리 설정된 정치적 목표인 한족 중심론을 증명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황허(黃河)중심 기원론이나 본토 다원(多元) 기원론도 모두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런 학설들을 “황가(皇家)사학이 만들어 낸 새로운 걸작이며 역대 사관(史官)들이 황제의 통치를 위해 만들어냈던 역사적인 새 옷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주다커는 중국 북부에서 문화비평 활동을 벌이고 있는 류샤오보(劉曉波)와 함께 ‘남주북유(南朱北劉)’로 불리는 인물. 그의 비판이 비록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중국 사학계의 중화민족주의 흐름과 ‘역사연구의 정치화 경향’을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주다커는 또 “과거 의고(擬古)학파들이 중화문명 본토 기원설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천고죄인(天古罪人)’으로 낙인찍혔다”며 사학계의 폐쇄성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1910년대 유명 역사학자였던 구제강(顧(힐,갈)剛)이 중국 문명은 외부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학설을 제시했다가 루쉰(魯迅) 등 민족주의자들로부터 ‘새대가리(鳥頭先生)’라는 조롱을 받고 말더듬이가 됐다”는 사례도 들었다.

이어 “중국 고대사 연구의 불행한 사건에는 늘 제국주의 전통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한족 중심론적 역사관을 강압적으로 심으려 하기 때문에 문화 말더듬이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으면 어떤 이단적인 목소리도 거부하는 대한족(大漢族) 국가주의가 사학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