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러에 ‘WTO 몽니’…“원유 안주면 가입 쉽지 않을것”

  • 입력 2004년 7월 21일 19시 23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서두르는 러시아 앞에 뜻밖의 걸림돌이 나타났다. 바로 중국이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0일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러시아와 중국의 협상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WTO 가입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국제가격보다 낮은 국내 에너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따졌고, 이에 러시아는 크게 당황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양해한 WTO 가입 문제에 대해 중국이 ‘몽니’를 부릴 것으로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계획 변경이 중국을 자극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당초 바이칼호 남단의 앙가르스크에서 중국 다칭(大慶)을 잇는 2500km 길이의 송유관을 건설해 이르면 2009년부터 중국에 원유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뒤늦게 뛰어든 일본의 설득으로 최근 러시아가 송유관을 극동 나홋카로 연결하기로 계획을 바꾸면서 러-중간 관계가 악화됐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공식 발표를 늦추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일본과 손잡기로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까지 나서 러시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도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기 때문에 동시베리아 유전의 원유를 일본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결국 중국이 포착한 러시아의 약점은 WTO 가입. 하루빨리 세계경제 체제에 편입하려는 러시아의 다급한 처지를 에너지 확보와 ‘맞교환’하자는 복안인 셈이다.

러시아는 원유는 일본에 주되, 철도를 통해 중국에 원유 공급을 늘리는 등 중국을 달랠 방안을 찾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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