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친구들은 괴롭다…고이즈미 선거패배-블레어 사퇴위기

  • 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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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이라크 공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제사회의 ‘부시 친구들’이 자국 정치무대에서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라크전의 ‘또 다른 주역’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잘못된 대량살상무기 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야당의 사퇴요구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5월 총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이 거짓 정보에 바탕을 둔 전쟁이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이라크 관련 정보의 왜곡 여부를 조사하는 ‘버틀러 위원회’가 14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번 주는 블레어 총리에게 ‘가장 힘들고 긴 주’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야당의 공세와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난국을 정면 돌파할 뜻임을 거듭 밝혔다.

일찌감치 자위대 파병을 선언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참의원 의원 선거 패배로 집권 3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패인으로는 국민연금법의 강행처리 외에 자위대의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 문제를 국회에서 이렇다할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멋대로 결정한 것이 꼽힌다. 마이니치신문은 집권 자민당의 참의원 의원 선거 패배로 ‘친부시’ 성향의 정치 지도자와 이라크간의 악연이 새삼 부각됐다고 13일 전했다.

유럽에서는 친미 색채가 강했던 스페인의 보수당 정권이 올 3월 총선거를 앞두고 터진 마드리드 열차폭탄 테러에 잘못 대처해 정권을 잃은 데 이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집권자들이 여론의 역풍에 휘말려 존립을 걱정하고 있다.

내년 가을 총선거가 실시되는 폴란드에서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70%를 웃돌아 집권 여당이 긴장하고 있고,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권도 갈수록 거세지는 반전 여론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부시 대통령도 선거전에서 고전하는 양상이 뚜렷해 ‘부시 동맹’이 ‘실각 동맹’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라크 치안악화와 대량살상무기 발견 실패가 이라크에 파병한 연합국 정상들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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