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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2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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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형수인 카르멘 빈 라덴이 회고한 오사마의 일면이다. 아기를 잃어도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코란의 글귀를 자식의 고통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출신인 카르멘씨는 1974년 오사마의 이복형 예슬람과 결혼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서 9년간 생활하면서 가까이서 보고 들은 빈 라덴 일가의 삶을 ‘왕국의 내부’란 책에 털어놓았다. 이미 18개국에서 16개국 언어로 출간됐으며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르멘씨는 책 홍보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사마를 철저한 ‘코란주의자’로 표현했다.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나 직접 문을 열었는데 문 밖에 서 있는 오사마는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에게 ‘(코란에 따라) 아버지는 큰어머니의 얼굴을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카르멘씨는 오사마가 청년 시절 바람둥이였다는 소문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면서 “그는 언제나 경건한 자세를 보였고 가족도 그의 신앙심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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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우디 정부가 오사마를 비난하고 그의 사우디 국적을 박탈했지만 빈 라덴 일가와 사우디 왕가는 수십년간 친구이자 동업자로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빈 라덴 가문도 겉으론 오사마와 절연을 선언했지만 9·11테러 후에도 24명의 형제들이 오사마를 존경하는 것을 보면서 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카르멘씨는 시아버지 모하메드 빈 라덴에 대해서는 “위엄이 있으면서 지적인 분위기를 소유한 멋쟁이였다”면서 “두 딸의 교육을 위해 거실에 시아버지 사진을 걸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두 딸과 함께 1983년부터 제네바에 살면서 14년째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카르멘씨는 빈 라덴이란 자신의 성(姓)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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