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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2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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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북부 센다시(仙臺)시의 도호쿠(東北)문화학원대는 21일 "300억엔(약 3000억원)의 부채를 자체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서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학교법인이 부실기업의 법적 정리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의 적용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채권자 동의를 얻으면 부채 경감 및 상환기간 연장 등이 가능해지지만 채권자 집회에서 부결될 경우 법인은 파산 처리된다.
1997년 4년제로 전환한 도호쿠문화학원대는 의료복지 종합정책 과학기술 등 3개 학부에 2600명의 학생이 등록해 있다. 당초 2년제이던 이 대학은 신입생 모집 실적이 저조하자 4년제 대학 개설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환을 시도해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어 왔다. 77억엔의 필요 자금을 기부로 충당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가공 장부를 꾸며 인가를 받아낸 뒤 센다이시의 보조금과 학생 등록금 등으로 연명해왔다.
학교 재정이 바닥나면서 지난달엔 교직원 봉급 1억5000만엔을 체불하기도 했다.
대학측은 "재정상태가 좋은 다른 학교법인과 제휴해 대학 운영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수업은 계속 진행하고 내년 신입생도 예정대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파탄으로 대학 이미지가 손상돼 대학측 희망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학생은 "학교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인구 감소로 신입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반면 대학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여서 대학간 '살아남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500여개의 사립대중 지난해 신입생 수가 정원에 미달한 대학은 147개교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2년제 단기대학(전문대)의 경우 최근 5년간 24개교가 학생 모집을 중지했고 4년제 대학중엔 히로시마(廣島)의 릿시칸(立志館)대가 전후 최초로 올해초 자진 폐교한 바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대학 경영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비슷한 사태가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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