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나카 재정금융상, 고이즈미 권유로 참의원 출마

  • 입력 2004년 6월 17일 19시 04분


일본의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해 온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53) 재정금융상이 7월 참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해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다케나카 재정금융상은 1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로부터 집권 자민당의 참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락했다.

게이오대 교수 출신으로 2001년 고이즈미 내각 출범 때 입각한 그는 자민당 보수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구조개혁을 뚝심 있게 추진해 경기회복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스타일인 데다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를 거두면서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편.

일본 언론은 최근 국민연금법 강행 처리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자 고이즈미 총리가 특유의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해석했다. 자민당은 그의 가세로 대도시 유권자들의 표를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민당의 ‘반(反)고이즈미’ 세력은 그동안 다케나카 재정금융상이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체를 요구해 왔다. 이번 출마는 사임 공세의 빌미를 없애면서 고이즈미 정권이 구조개혁 노선을 계속 고수할 것임을 강조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는 현 내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며 “의원이 되면 그만두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케나카 재정금융상도 “큰 고비를 넘긴 개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선거에 나가기로 했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그가 정치권에 몸담으면 이해집단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기 힘들어 개혁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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