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일 유럽의회 의원 선거-각국 야당 우세

  • 입력 2004년 6월 8일 14시 41분


10~13일 유럽연합(EU) 각 국에서는 732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형식적으로는 EU의 정책을 결정하는 의원을 뽑는 선거지만, 실제로는 유럽 각국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진다.

유권자 3억50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선거는 지난달 1일 10개 회원국이 EU에 새로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다.

▽'화두'는 이라크=로이터 통신은 유럽의 이라크 파병국 정부가 이번 EU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가 파병국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의 파병 방침에 반대했던 자유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자유민주당은 유권자를 향해 "이번 선거가 반전 의사를 나타내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자유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당, 보수당 양당 체제인 영국에서 최근 여론조사결과 22%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와 헝가리의 야당도 '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을 선거 운동 포스터에 이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페테르 메기에시 헝가리 총리도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포르투갈 야당인 사회당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며 정부의 친미 정책을 물고 늘어졌다.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은 오스트리아에서도 이라크 문제가 관심사.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인 자유당은 폴란드가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을 경우 EU의 경제 지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독일·프랑스 정부는 긴장, 스페인 정부는 여유=하지만 이라크 전에 반대한 정부라고 해서 사정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독일 집권 사민당과 프랑스 우파 정권은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아들여야할 판이다. 여론조사 결과 독일 사민당은 25~30%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야당인 기민당 연합은 48%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도 야당이 우세하다. 지난달 20일 조사에서 제1야당인 사회당이 29%, 녹색당과 공산당이 각각 8%와 5%의 지지율을 얻었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18% 지지율에 비해 야당 지지율이 월등히 높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경기침체 등 현안에 대해 현 정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데 대한 국민의 불만이 야당의 선전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

이에 비해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느긋하다. 3월 총선에서 집권한 뒤 이라크에서 철군한 스페인 사회노동당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두 번째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유권자는 냉담=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유럽 유권자의 45%만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유럽의회 선거가 언제 치러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유권자의 3분의1에 불과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국민이 76%로 가장 높은 투표 참여 의사를 나타냈지만, 벨기에의 경우 투표가 의무 사항이어서 결국 24%가 벌금을 물더라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 IHT는 유럽의회가 '한물 간' 정치인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9년 유럽의회의 첫 직접 선거가 치러졌을 때 투표율은 63%. 그러나 1999년 투표율은 49.8%까지 떨어져 유럽의회는 유럽인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투표율이 여론 조사 결과대로 나타난다면 이번 선거가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스타 경연장이 될 전망= 20대 슈퍼 모델에서 전직 포르노 배우까지 각계에서 이름을 날린 유명 인사들이 이번 선거에 대거 출마한다. 명예에 덧붙여 상당한 수입까지 보장되는 의원직의 '매력'은 정치인이 아니라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에스토니아의 슈퍼모델 카르멘 카스는 집권 여당인 공화당 후보로 나선다. 에스토니아 여성 중 가장 부자라는 카스는 "조국에 뭔가 기여하고 싶다"며 정계 입문의 뜻을 밝혔다. 공화당이 카스를 공천한 것도 카스가 아직은 국제무대에서 생소한 에스토니아를 알려주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

체코에서는 전직 포르노 배우인 돌리 버스터가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버스터는 '독립 에로틱당'이 이름을 바꾼 '독립당' 소속으로 출마했는데, 체코에서는 '전제군주당' '즐거운 오스트라바(체코 남동부 도시)당' 등 31개 정당이 선거에 참여한다.

우주비행사 출신도 2명이나 있다. 체코의 블라디미르 레멕과 폴란드의 미로슬라브 헤르마체프스키가 주인공. 폴란드에서는 1974년 독일 월드컵에서 7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른 '축구 영웅' 그제고시 라토, 1980년 올림픽 남자 100m 은메달리스트 마리안 보로닌, 전 대통령 레흐 바웬사의 아들 야로슬로브 바웬사도 유럽의회 의원 후보로 나선다.

이 밖에 북미하키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슬로바키아의 아이스하키 스타 페테르 스타스트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의 호세 사라마고도 유럽의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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