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가스유전 신경전…수십억t 이권대립

  • 입력 2004년 5월 30일 19시 02분


중국이 일본과의 경계해역 인근에서 천연가스 채굴을 위한 대규모 시설 건립에 착수해 일본 정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 해역에서 벌이는 활동이어서 외교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채굴이 본격화되면 일본 해역의 가스까지 뽑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

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기업을 각각 1개사씩 참여시킨 가운데 최근 상하이(上海)에서 남동쪽으로 450km 떨어진 동중국해 춘샤오(春曉) 가스유전의 채굴시설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올해 안에 이 시설을 완공한 뒤 송유관을 통해 본토에 연간 25억m³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채굴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중일 해역경계선에서 중국쪽으로 5km가량 들어간 지점. 동중국해의 석유와 가스 매장량은 흑해 유전에 버금가는 규모로 약 72억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경계 해역의 일본쪽 바다 속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자민당은 중국의 채굴시설 건립 사실이 알려진 28일 ‘해양권익에 관한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의원들이 “중국은 10년 전부터 자원조사를 했는데 일본은 왜 안했느냐” “중국이 해저 천연자원을 몽땅 가져가도 좋으냐”며 질책했지만 부처 담당자들은 “현실적으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간선보다 중국쪽에 치우친 곳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권익이 침해됐는지 조사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배가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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