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37년만에 최대 ‘팔’ 공습

  • 입력 2004년 5월 1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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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軍)이 18, 19일 이틀 연속 가자지구 남쪽 이집트 접경지역에 있는 라파 난민캠프를 공격해 40명 이상이 숨졌다. 이번 군사작전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주민 1000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특히 19일 이스라엘군 헬기가 팔레스타인 군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22명 이상이 숨졌으며 이 중에는 미성년자 7명이 포함됐다고 AP와 DPA통신이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랍연맹과 국제사면위원회(AI)는 즉각 이스라엘의 작전을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전쟁범죄”로 규탄했고, 러시아와 영국이 비난대열에 가세했다.

▽이스라엘의 초토화 작전=이스라엘군은 ‘무지개 작전(Operation Rainbow)’으로 불리는 이번 공격에 아파치 헬기와 전차, 불도저를 대거 동원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18일 18명 이상이 숨진 데 이어 19일 최소 22명이 숨졌고 50여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가옥이 파괴돼 난민캠프에 있던 1000여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포위된 난민캠프 내 텔 술탄 단지 주민 수천명은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망자 중 7명이 18세 미만이라고 전했다.

모세 야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이 라파 일대의 땅굴을 통해 이집트로부터 로켓추진총유탄(RPG) 등 무기를 반입하고 있다”며 군사작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번 작전은 지난주 이스라엘군 13명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성격도 띠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000년 9월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무장봉기) 이후 라파 지역의 가옥 1800여채를 파괴하는 등 지속적인 초토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외신들은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역 부분 철수를 염두에 두고 이번 작전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랍권 21개국 협력체인 아랍연맹도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는 인종청소와 집단처벌을 노린 전쟁범죄”라고 규탄했으며 러시아 외무부는 “이스라엘군의 무절제한 무력 사용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스라엘에 제네바협약 준수를 촉구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 행위에 대해 “용인될 수 없으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익문제위원회(AIPAC)가 개최한 모임에서 “최근 가자지구 상황이 걱정”이라고만 언급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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