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가대책 '비축油 방출' 논란

  • 입력 2004년 5월 19일 0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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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시장에 내놓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전략비축유를 사용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유업자와 석유중개상 등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축유 규모 사상 최대=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미국의 현재 석유 비축량은 사상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 직후 전략비축유 확대를 지시해 4월 말 현재 6억5900만배럴을 비축했고 내년 여름까지는 최대 비축 한계치인 7억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확보된 비축유만으로도 3개월간 매일 440만배럴씩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서자 빌 클린턴 행정부가 비축유 3000만배럴을 시장에 풀어 값을 30달러 아래로 끌어내린 일이 있다.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1991년 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

▽뜨거운 방출 논란=비축유 방출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테러 프리미엄’ 등으로 인해 정상 가격보다 배럴당 5∼10달러 높게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는 “미국 정부는 유가가 오르는데도 비축유 방출 의사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시장을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출할 수 있다는 위협이라도 해야 유가 거품이 제거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석유메이저들은 방출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석유상 단체인 미국석유협회의 존 펠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하루 평균 석유소비량(2000만배럴)과 하루 수입량(1200만배럴)을 감안할 때 비축량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급등과 대선이 변수=부시 행정부는 “전략비축유는 가격 조절용으로 있는 게 아니라 위기 때 쓰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대한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원유가격이 더 폭등하면 부시 행정부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대선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할 때 석유메이저로부터 정치자금을 많이 받는 부시 행정부가 비축유를 즉각 방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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