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版 ‘다모’ 6년 전쟁…前 여자공안 장야오춘 화제

  • 입력 2004년 5월 4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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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밤 어디로 가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요. 계속 옮겨 다니지요. 오늘은 목숨이 붙어있지만 내일도 그럴까요?”

몸담았던 조직의 부패에 맞서 6년째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전 공안(경찰) 장야오춘(39·여)의 비장한 고백이다.

중학교 교사였던 장씨는 1995년 시험을 거쳐 광시(廣西)성 허푸(合浦)현 공안이 됐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참된 공안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이후 ‘장야오춘의 전쟁’이 시작됐다.

장씨는 처음 은행과 국영기업 경비들에게 총기를 배포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다가 상급자들이 총기를 건설업자 부부나 화약공장 사장 부자(父子) 등 유지에게 팔거나 빌려주는 것을 목격했다.

허술한 총기관리는 각종 사고를 불러왔다. 은행 직원이 음식점에서, 폭력배가 술에 취해 사람을 쏘아 죽였다. 허푸현 공산당 관리가 대낮에 경찰을 사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이 무장강도로 돌변하기도 했다.

장씨의 동료들 중에 제대로 훈련받은 이는 없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연줄이나 뇌물로 공안 완장을 찼다. 허푸현 공안 600명 중 약 200명이 비정규직이었고 경찰학교를 나온 엘리트들은 넘쳐나는 비정규직 공안들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1999년 공산당이 전국적인 불법무기 조사에 착수했다. 장씨는 그동안 적어둔 총기거래 명세를 제보했다. 비밀을 보장한다던 조사관들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이틀 뒤 내용이 새나갔다. 치부가 드러난 허푸현 공안은 그녀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결국 장씨는 비양심적인 공안이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믿었던 남편까지 공안 편으로 돌아서 이혼하고 딸과도 헤어졌다. 장씨는 허푸현의 재조사로 복직됐지만, 2000년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아 다시 해고됐다.

그러나 장씨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02년에는 따라붙는 10여명의 허푸현 공안을 피해 베이징(北京)까지 몰래 가서 중앙정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씨의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무 방해를 이유로 15일씩 2번이나 구금됐을 뿐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좋은 분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어려운 처지의 나를 지탱해 주지요.” 장씨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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