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언론, ‘학살 선동’에서 ‘권력비판'

  • 입력 2004년 5월 3일 16시 32분


10년 전 학살 대상자들의 은신처 등을 방송하며 인종 학살을 선동했던 르완다의 언론이 재평가 받고 있다.

주역은 르완다 최대 신문인 우무세소(Umuseso)지.

월스트리트에 따르면 신문사 기자들은 정부의 비리와 대통령의 절대 권력에 도전하는 비난 기사 등을 써 하루가 멀다 하고 감옥에 간다. 르완다의 유일한 독립 언론으로 평가 받는 우무세소의 경우 3년 동안 벌써 편집국장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반정부적인 보도가 나간 이후 이들은 각종 살해 협박 등에 시달리다 못해 외국으로 망명했거나 구속됐기 때문.

신문이 정부의 눈 밖에 난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르완다에서 치러졌던 대선 때였다.

1994년 100여만명이 희생된 후투족과 투지족간 종족 분쟁이후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실시된 지난 해 선거에서 투치족 출신인 폴 카가메 현직 대통령은 95.5%라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당시 신문은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보도를 경계했다. 이후 카가메 정권은 우무세소를 '반정부' 성향의 신문으로 낙인찍었다. 정부의 화합 정책에 도전하고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무세소는 이런 정부의 '탄압'으로 국내에서는 인쇄를 할 수 없다. 이웃 우간다에서 매일 신문을 인쇄한 뒤 국경을 넘는다. 국경 심사에서 단 한 기사라도 정부의 맘에 들지 않는 기사가 눈에 띄면 그 날 신문은 폐기 처분된다. 하지만 기자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보도를 전한 월스트리트는 그러나 "르완다 언론의 현실을 단순히 정부 탄압 측면만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정부 입장에서는)과거 인종 학살을 선동했던 언론에 대한 경계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얼마만큼의 탄압이 정당화 될 수 있느냐다"고 분석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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