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공격 계획’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5분


미국 신문 ‘워싱턴 포스트’의 부국장인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공격 계획’은 19일 시판 개시 전에 이미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라크전쟁의 배경과 결정 과정을 추적한 그의 12번째 저서다. 우드워드 기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현역언론인 중 한 사람이다. 2년차 사건기자 시절인 1972년 워터게이트사건 특종기사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사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의 특종은 32년이 지나도록 ‘딥 스로트’로만 알려진 극비 취재원의 도움이 있었지만 탁월한 취재력과 집요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의 신간 ‘공격 계획’은 현직 미국 대통령을 3시간반 동안이나 인터뷰하고 권력 핵심 인사 75명을 직접 취재해 집필한 노작(勞作)이다. 그는 접근이 어려운 백악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대법원 등의 핵심인사들을 인터뷰 하는 ‘접근 저널리즘(Access Journalism)’의 독보적 존재다. 워터게이트사건 취재 당시 그는 정보가 있으면 50명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한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50번이나 했을 정도였다고 벤 브래들리 당시 편집국장은 회고록에서 소개했다.

▷‘공격 계획’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현재 진행형인 이라크전을 다룬 만큼 폭발력이 있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베스트셀러 만들기 작업도 무시할 수 없다. 시판 때까지 이뤄지는 출판사의 보안조치를 뚫고 AP통신이 책의 주요 내용을 먼저 터뜨리고, 신문과 방송이 이를 중요하게 보도하고, 저자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TV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전형적인 과정을 밟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공격 계획’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 대상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인지 부시 대통령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에는 ‘공격 계획’이 추천도서 1위에 올라 있다. 워터게이트사건은 닉슨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임했다. 부시 대통령의 운명이 궁금하다.

권순택 워싱턴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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