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보좌관 ＂이라크, 유엔만으로론 안된다＂

미국의 이라크 주권 이양 시한을 70여일 앞두고 주권 이양 이후의 이라크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미국의 계속적인 주둔과 역할을 강조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이라크에 주권을 넘긴 뒤 유엔이 이라크 통치권을 갖더라도 최근 계속되고 있는 유혈사태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미 ABC TV의 '이번 주(This Week)' 프로그램에 출연, 연합군 깃발 대신 유엔기를 달면 살인마(저항세력)들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솔직히 좀 순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23명이 숨진 바그다드 시내 유엔 사무소 폭탄테러를 언급하면서 "유엔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들(저항세력)은 유엔을 공격했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유엔은 이라크의 주권 이양을 막으려는 자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가 이라크에서 주권 이양을 돕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라이스 보좌관은 미군을 인질로 잡고 있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인질 교환 주장에 대해 미군 병사의 석방을 위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질 석방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국제사회와 미국을 위협하려는 살인자들이지만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이라크 보안군이 반군들에 맞서 이라크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브리머 행정관은 "지난 2주일 동안 이라크에서의 폭력과 납치 사태는 6월 30일 이라크 정부가 주권을 인수한 뒤의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라크 보안군이 스스로 그런 위협을 다룰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군대가 이라크가 필요로 하는 안전을 제공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리머 행정관의 이날 발언은 이라크 주권 이양 이후에도 미군의 대규모 주둔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