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악의 축’ 이란에 “SOS”…이란대표단에 협조요청

  • 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16분


미국이 갈수록 꼬이는 이라크사태 해결을 위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에 손을 내밀었다. 이란은 국민의 93%가 이슬람 시아파로 이라크 강경 시아파와 교감 가능성이 크다.

카말 하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14일 “미국이 이라크 상황 개선을 도와달라고 공식 요청해 왔으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이날 바그다드로 떠난 이란 대표단은 이라크 주둔 연합군 관계자와 이라크 정치 및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이라크사태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의 골칫거리인 이라크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11월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52명이 444일 동안 감금당하면서 대화를 단절했다. 미국이 ‘악의 축’ 이란의 개입을 요청한 것은 단독으로는 이라크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이유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란의 개입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하라지 장관도 “미국은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 그릇된 길을 가고 있다”며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란 시아파 최고지도자로 이라크 시아파에 영향력을 미치는 알리 하메네이도 14일 국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점령국들이 이라크인에게 권력을 돌려주고 조속히 이라크를 떠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과 이라크의 시아파 결집력을 강화해 주면 미국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피한 채 “위싱턴은 이란의 이라크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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