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이즈미 총리, 역사공부 다시 하라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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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는 직설적인 충고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충고는 “역사 공부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우방인 일본의 총리라는 점을 고려해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그의 도발적 언행을 비판할 때 최대한 절제해 왔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드디어 “자기 나라의 전몰자를 추모하는데 왜 외국인이 반대하는지 도대체 이상해서 견딜 수 없다”는 극언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우방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마저 외면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수많은 전몰자와 함께 도조 히데키 등 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戰犯) 14명의 위패가 보관돼 있다. 국제전범재판에서 단죄받은 전쟁 범죄자를 추모하는 것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다. 일본 총리가 전범 추모를 왜 문제 삼느냐고 하는 것은 그동안 일본 지도자들이 해 왔던 전쟁 책임에 대한 사죄를 일거에 뒤엎는 망언(妄言)이 아닌가.

고이즈미 총리는 “영웅은 대개 다른 나라에서는 악당”이라며 전범을 영웅과 동일시하는 발언까지 했다. 일본 총리의 저급한 역사 인식 수준에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이제 와서 그에게 독일의 참회 자세를 배우라고 권고할 생각은 없다. 다만 독일 총리를 만날 기회가 생기면 “히틀러를 영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이 어떻게 다른지 배우기 바란다.

‘막가겠다’고 선언한 고이즈미 총리에게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논평은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할 것이다. ‘고이즈미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며 4년째 그의 방중(訪中)을 거부하고 있는 중국식 대응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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