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피살 파장]이-팔 화약고에 ‘피의 미사일’ 명중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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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66) 피살 사건은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피의 보복’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평화 ‘로드맵’도 당분간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격분한 팔레스타인=야신 피살 직후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전면적인 복수를 다짐했다.

하마스 고위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 란티시는 알 아라비아 TV 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시온주의자와 유대인들은 절대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하마스 지도부는 “샤론(이스라엘 총리)이 지옥문을 열었다”며 “그의 목을 치겠다”고 말했다.

하마스뿐 아니라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 운동 산하 무장조직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도 ‘신속한 보복’을 선언했다. 이 단체는 “눈에는 눈이다. 보복은 수시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은 가자시로 몰려나와 항의시위를 벌이며 복수를 외쳤다. 시위대가 태운 타이어의 검은 연기가 시가지를 뒤덮었다.

▽이스라엘의 공격 배경=야신에 대한 공격은 가자지구 철수를 둘러싼 이스라엘 정부 내 갈등의 결과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1일 집권 리쿠드당 소속 각료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가자지구 21개 정착촌에서 완전 철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각료가 강력히 반대하며 철수에 앞선 치안대비책과 미국의 보장을 요구했다.

특히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은 하마스를 ‘전략적 주적’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주장했다. 특별한 조치 없이 철수하면 ‘골칫거리’였던 하마스를 가자지구의 주도적인 정치세력으로 키우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

결국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강온파간의 정치적 타협으로 야신을 공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스라엘 온건파 정치인 요시 베일린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다음 테러공격에서 얼마나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희생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가자·예루살렘=AP AFP 연합

▼야신 누구인가▼

1938년 팔레스타인 아슈켈론에서 태어난 야신은 48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마을이 초토화된 뒤 가자지구로 이주했다. 12세 때 운동 중 머리를 다쳐 사지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 됐지만 가자시 사원에서 이맘(예배 안내자)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나섰다. 83년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돼 13년형을 선고받았다가 2년 만에 인질교환 형식으로 석방됐다. 87년 1차 팔레스타인 인티파다 때에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온건노선에 반대하며 하마스를 창설했다.

이때부터 ‘열정’을 뜻하는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야신은 하마스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비판적인 야신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에게 자살 폭탄공격이 팔레스타인의 존엄성과 승리를 위한 ‘순교’라고 가르쳤다. 그는 올해 초 발생한 여성자폭 공격을 적극 장려하는 등 대이스라엘 강경투쟁을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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