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미국인 여교수의 한국사랑

  • 입력 2004년 3월 17일 14시 56분


한 미국인 여교수가 10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면서 유언과 함께 남긴 미화 10만 달러가 그가 생전에 몸 담은 적이 있는 계명대에 전달돼 감동을 주고 있다.

계명대 신일희(申一熙) 총장은 이달 초 미국 미주리주 소재 법률회사인 모리스 헥커사가 보낸 1통의 우편물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우편 봉투에는 지난 2002년 102세의 나이로 작고한 미국인 루이스(Lewis·사진) 여사의 유언장 사본과 미화 10만 달러, 미 법률회사가 작성한 서신 등이 들어 있었기 때문.

미 법률회사측은 서신을 통해 "루이스 여사는 지난 92년 유언 형식으로 작성한 기부 약정서에 한국의 계명대 음대 성악과, 피아노과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5만 달러,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불우한 환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5만 달러를 내놓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루이스 여사는 유언장 작성 당시 미국 내 한 아동 자선병원과 트루먼 메디컬 센터 등에 각 5만 달러를 기증하겠다고 밝히고 죽을 때까지 생활에 필요한 기본 경비 외에는 모두 적립하고 살고 있던 집을 비롯 전 재산을 미국 사회복지재단이나 자선단체 등에 내놓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70년대 당시 계명대 음대 대학원을 다녔던 이 대학 송장옥(宋長玉·59·여) 교수는 "당시 루이스 교수님이 항상 웃는 얼굴로 강단에서 꼼꼼하게 제자들을 가르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회상한 뒤 "비록 고인이 되셨지만 한국의 제자들을 잊지 않고 사랑을 베푸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고 말했다.

계명대측은 10만 달러를 음대 재학생을 위한 장학기금(가칭 '루이스 장학금')과 동산병원의 불우 환자를 위한 기금으로 쓰기로 했다

1900년 미국 미주리 주 보스워스에서 태어난 루이스 여사는 1946년 노스 웨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성악)를 받은 뒤 맨스필드 주립대 음대교수를 거쳐 지난 71년부터 5년 간 계명대 음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78년에는 이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초빙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루이스 여사는 지난 2002년 11월 10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며 슬하에 자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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