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어떻게 치루어지나]역사

  • 입력 2004년 3월 9일 11시 52분


A)왜 복잡한가.

미국엔 우리나라처럼 모든 선거의 룰을 자세하게 밝혀놓은 ‘통합선거법’ 같은 게 없다. 헌법 2조 5항에 대통령의 피선 자격과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규정 외에는 사실상 별다른 명문 규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200여년이나 굴러온 걸 보면 신기할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선거 과정이 복잡한 것은 미국 헌법 탄생 과정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연방파와 주(州)권파의 대립 끝에 탄생했다. 연방파의 승리로 연방헌법이 마련됐지만, 특정한 연방 권한 외엔 대부분을 주권(州權)으로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50개 주마다 저마다의 역사와 정치문화에 따라 선거절차가 다르다보니 우리처럼 통합선거법이라는 하나의 교본에 따라 선거를 치르는 국가의 눈에는 복잡해 보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 마다 각 당의 후보 지명 경선 절차도 다르고, 투표지도 다르고, 투표 방법도 다른 게 미국 대통령 선거라고 보면 된다.

★잠깐

미국 코네티컷 주의 차량 번호판엔 Constitution State라고 돼 있다. 헌법 제정 당시 초안을 놓고 뉴저지처럼 인구가 작은 주와 버지니아처럼 큰 주가 대립했는데 코네티컷 주가 타협안을 내놔 오늘날 헌법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상원은 각 주가 동일하게 2인씩 선출(뉴저지안), 하원은 각주가 인구비례로 배정(버지니아 안)하는 절충안이 코네티컷 타협안(Connecticut Compromise)이었다. 소주와 대주의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다.

B)왜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일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내년 선거일은 11월 2일, 즉 11월의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이다.

그냥 ‘나이롱 뽕’으로 정한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거창한 이유’가 있다.

우선 교회에 가야하는 토. 일요일은 애초부터 검토대상이 아니었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각각 한 주의 첫날과 마지막 날이라 빠졌다. 목요일은 미국 독립 이전에 식민제국주의 영국의 선거일이라 피했다고 한다. 화요일과 수요일이 남는데 매월 초하루는 회계처리 때문에 바쁘다는 헌법 제정 당시 사정을 감안해 화요일을 택했다는 것이다.

C)엄밀히 말하면 11월 2일은 대선일이 아니다?

사실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은 우리 식의 대선일이 아니라 선거인단 선거일이다. 50개 주의 선거인단 538명을 뽑는 날이다. 538명이란 숫자는 헌법과 직결돼 있는 숫자다. 50개 주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숫자를 합하고 이에 워싱턴 D.C 3명을 더한 숫자이다.

다시 말해 각 주에 2명씩인 상원의원 100명과 인구비례로 뽑는 하원의원 435명, 그리고 콜럼비아 특별구(워싱턴 D.C.) 3명을 합한 숫자만큼의 선거인단을 따로 뽑는 것이다.

★잠깐

워싱턴 D.C. 3명 얘기도 재미있다. 워싱턴 주는 1951년 수정헌법 23조가 마련될 때까지는 투표권이 없었다. 좀 황당한 얘기인데 초기 헌법 제정자들은 수도인 워싱턴에 정치적 힘을 집중시키면 독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워싱턴 시민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얼마나 권력집중을 경계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그러다 백악관과 무관하게 워싱턴에 사는 보통주민들이 많아지자 특별히 선거인단 3명을 배정했는데 이는 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였다. 각 주 마다 2명인 상원과 하원 의원의 최소 합이 3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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