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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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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시가 ‘물의 도시’(미즈노미야코·水の都)라 불리는 것도 같은 연유다. 시내를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드는 시나노(新濃)강. 일본에서 가장 긴 이 강을 우리는 예서 멀리 떨어진 산악 한가운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 ‘설국(雪國)’의 무대이자 집필지인 에치고 산맥 계곡 안의 유자와 근처에서도 본다. 설국의 눈 녹아 물 되어 흐르고 그 물 머금은 논에서 쌀이 나니 그 쌀이 바로 1kg에 1만원이나 하는 고시히카리다.
21일. 니가타 시내의 시나노강 하류 삼각주의 반다이에 들어선 도키 메세(서울의 코엑스와 같은 컨벤션센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니가타 양조조합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처음 연 ‘사케노진(酒の陣)’이라는 청주축제(22일 폐막)다. 효고현과 더불어 ‘사케 왕국’이라 불릴 만큼 맛좋은 청주를 생산하는 니가타현. 양조장 99개 가운데 94개가 참가해 저마다 부스를 차리고 니가타 쌀로 빚은 400종의 청주를 내놓고 시음도 하고 판매도 하는 술 축제였다.
무료 입장의 이 행사의 매력은 500엔에 판매하는 청주 잔 하나만 있으면 온종일 행사장에서 공짜로 술맛을 본다는 것. 출품된 술이 400종류나 됐으니 마음만 먹으면 400잔 이상 양껏 마실 수 있다. 무대에서는 대북합주 에어로빅댄스 등 공연도 펼치고 전시장 한가운데 ‘쇼쿠노진(食の陣)’에서는 스시(생선초밥)와 김밥, 안주도 팔았다. 사람들은 부스를 찾아다니며 술맛을 보고 입맛에 맞으면 즉석에서 구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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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르도’(프랑스의 포도주 명산지)를 지향하는 니가타현이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를 벤치마킹한 이 행사. 첫날 이룬 뜻밖의 성황은 관계자마저 놀라게 했다. 평소 흐트러짐을 볼 수 없는 독일인이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대취해 쓰러진 채 거리에서 잠을 자듯 사케노진의 일본인들도 이 날만큼은 전시장 바닥에 쓰러져 잘 만큼 이 행사는 즐거운 술 축제였다. 술 좋아하는 니가타 사람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내년에는 사케노진 패키지투어가 한국에 등장할 듯도 하다.
또 한곳, 니가타 여행 중에 들러 볼 곳이 있다. ‘가시미야’라는 식품회사가 직영하는 식품전시판매장 겸 시식관으로 니가타 시내에 있다. 이 회사의 ‘사케차즈케’(차를 부어 말아 먹는 물밥 위에 뿌려 먹는 양념된 연어 부스러기)는 일본 최고로 평가받는 명품급. ‘사케노곤부스키’(찐 연어 다시마말이)와 ‘이쿠라쇼유즈케’(연어알 간장절임) 등 연어를 가공한 천연식품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1층은 전시판매장, 2층 ‘초사크’는 기막히게 맛있는 연어구이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
기시미야 초사크 사장(70)은 4대째 가업을 잇는 연어가공 전문가. 맛의 비결을 묻자 그는 “홋카이도와 알래스카에서 잡히는 질 좋은 연어에 대대로 전수되어온 생선가공 비법”이라고 말했다. 사용한 젓가락은 숯으로, 폐식용유는 비누로 재활용해 판매도 한다. 가시미야 건너편의 좁은 골목은 전통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술집이 줄지은 애주가의 거리다.
해산물과 술 등 니가타의 맛을 두루 보자면 향토물산관인 후루사토무라가 좋다. 니가타의 역사 문화관과 향토요리관이 함께 있다. 실내 시장관에서는 과일 야채 해물을 팔고 현내 90여개 양조장에서 빚은 청주도 시내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사사단고(쑥 찹쌀떡을 조릿대 잎으로 싼 것)도 맛 볼 수 있다. 니가타산 청주로는 ‘고시노칸바이’(越乃寒梅) ‘시메하리쓰루’(メ長鶴) ‘구보타’(久保田) 등이 유명 브랜드다.
니가타=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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