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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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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닉시(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2차 6자회담에 중요한 진전이 있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북한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북한은 모든 비밀 핵 프로그램의 존재를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1차 6자회담 때 제안한 내용도 바꿔야 한다. 첫 단계에서 북한은 ‘말’로만 약속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런 방식의 접근은 회담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정책 자체를 바꿔야 한다. 아울러 미국이 요구하는 리비아 방식의 핵 폐기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이외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회담 당사자쪽에서도 누군가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안해야 한다. 논리적으로는 미국이 해야 하지만 중국 한국 러시아도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봄이나 늦어도 여름까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6자회담 체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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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즈키 노리유키(일본 라디오프레스 이사)〓이번 회담의 열쇠는 북한보다는 미국이 쥐고 있다. 북한이 외견상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할 때 미국이 이를 ‘진전’으로 받아들일 것인지가 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회담은 작년 8월의 1차 회담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개선됐다. 무엇보다 북한이 무언가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 그렇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북한은 핵개발 동결 선언으로 참가국들의 압력을 무마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HEU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를 부인해온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논의의 방향이 핵무기 완전포기로 정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과지만 미국은 HEU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이다. 참가국간에 논란이 벌어지겠지만 구체적으로 우라늄을 지목하지 않은 채 ‘모든 핵무기 개발 계획을 동결한다’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생겨날 수 있다. 역시 미국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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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인훙(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북한 핵문제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2차 회담도 실질적 논의를 위한 준비회담으로 볼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서로의 관심사를 더 분명하게 밝히고 이에 상응한 요구 조건을 내걸 것이다. 이 과정에서 HEU 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회담의 우선순위에 놓으면 1차 회담 이후 지난 6개월간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어차피 북핵 문제는 한두 차례의 회담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2차 회담에서 회담을 정례화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무그룹 설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고정된 대표가 자주 만나야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차이점을 좁혀 나갈 수 있다. 핵 사찰, 안전보장, 경제지원 등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양자 속의 다자, 다자 속의 양자 등 각종 회담 형태를 상정해 본다면 정례회담의 틀은 더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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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알렉산드르 보론초프(러시아 동방학연구소 한국과장)〓2차 회담에서 극적인 합의 가능성을 기대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진전 방향만 제시돼도 일단 성공적이라고 봐야 한다.
회담의 주체는 북한과 미국이다. 양측은 1차 회담에서 각자의 입장을 밝혔고 이젠 구체적인 교환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 차례다.
미국의 요구는 △북한의 핵동결 △기존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 △사찰 및 통제 시스템 구축의 단계로 이어진다.
북한의 요구는 △안전보장 △에너지공급 등 경제지원 △관계정상화의 순서다. 서로의 요구를 어떤 단계끼리 어떤 조건으로 교환하느냐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유연한 태도로 북한의 신뢰를 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미국 의회의 인준을 받은 안전보장 문서를 고집했던 것도 불신 때문이었다.
사태 악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보게 될 한국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한국은 먼저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북 봉쇄나 경제제재, 체제교체를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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