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는 15일 기념행사와 전몰장병 추모식이 열렸다.
당시 주요 지도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실수”라는 반성론과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는 옹호론이 엇갈렸다.
▽“침공은 실수”=철수 명령을 내렸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외교정책을 이념적으로 접근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전통을 가진 나라에 외생적 사회모델(사회주의) 강제 이식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주둔 제40군 사령관으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철수 작전을 지휘했던 보리스 그로모프 모스크바 주지사도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 테러리즘이라는 벌집을 건드린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자극받은 이슬람 세계 전역의 전사들이 소련에 대한 지하드(성전)에 나서면서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결집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의 원죄가 옛 소련에 있다는 반성이다.
옛 소련은 10년 동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매년 약 50억루블(당시 환율로 50억달러)의 전비를 쓰느라 경제난이 가중되고 1만5000명이 전사하는 피해를 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철수에 반대했던 블라디미르 크류치코프 당시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은 “중동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소련군 진주는 불가피했으며 소련군은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다”며 침공을 옹호했다. 그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는 바람에 나지불라 공산정권이 붕괴하면서 내전과 혼란이 지금까지 계속돼 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딤 키르피첸코 당시 KGB 부의장도 “오늘날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과격 테러가 나타난 책임은 옛 소련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이슬람 무장세력인 무자헤딘을 지원했으며 이들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이슬람의 이름으로 증오심과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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