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숨고르기’ 나섰다…원자바오 총리 “대출 억제”

  • 입력 2004년 2월 15일 17시 54분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이 최근 들어 과열 투자를 규제하고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숨고르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원자재 가격 급등, 디플레이션 수출의 주범으로 꼽히며 압박을 받고 있는데다 ‘제2의 도약’을 위한 내부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부실부터 털자=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해 중국의 일부 산업이 과도하게 투자됐다고 지적하고 이들 산업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라고 최근 지시했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적 원자재 수입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 파동이 중국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철강 시멘트 자동차 전기아연 부동산개발 산업이 조만간 대출 제한 대상으로 묶일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 강승호(姜承昊) 책임연구원은 “97년부터 2002년까지 확장 정책을 펼쳤던 중국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며 “경기가 너무 과열돼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도 최근 “중국 은행들이 그동안 채권을 남발하면서 무수익 채권 비율이 45%에 이르는 부실 상태에 빠져 있다”며 “여러 산업에서 과잉 투자가 이어지면 결국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안화 환율 변동 폭도 확대=중국 외환관리국은 12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위안화를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환율 메커니즘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9일 위안화 평가 절상 가능성을 부인했던 것과 달라진 내용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외신은 “중국 정부가 더욱 유연한 환율 정책을 생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8.28위안으로 고정시키고 1일 변동폭을 상하 0.3%로 묶어 놓았다. 이 결과 달러와 함께 위안화 가치도 떨어져 수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엄청난 규모의 해외직접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다.

다만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朴海植)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마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올리더라도 변동 폭을 조금씩 늘리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중국이 숨고르기에 나섰다 해도 7% 이상 성장을 이어가지 않으면 실업 문제 및 금융 부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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